“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인명 피해 소식이 연일 전해지면서 북한 내부에서 동요가 일 수 있다는 일부 분석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경제적 이익은 물론 군사적 이익도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안보 상황 역시 철저히 점검하고 또 대비해야 합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한반도연구실 연구위원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낸 것은 북한에 위기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내부 결집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방연구원은 안보 환경, 군사전략 및 군사력 건설, 무기 체계 획득, 국방 정보화 등 국방 정책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분석을 하는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두 연구위원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한국국제정치학회 대외협력이사도 맡고 있다.
남북 관계 전문가로 평가받는 두 연구위원은 “북한은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고 그 대가로 우리 돈 7000억~1조 원가량의 경제적 이익을 볼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자금은 내부 결속, 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치 자금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이 돈은 북한 민생 안정에는 주민들에게 생색낼 정도로만 쓰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기득권 및 체제 유지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연구위원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게 아니라 김 위원장이 세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4월 김 위원장은 북한군 특수부대를 방문해 현장 지도하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보여줬다”며 “이는 단순히 군부대 시찰이 아니라 파병 전 교육이라고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두 연구위원은 북한군 파병은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군은 이번 러시아 파병을 통해 다수의 사상자를 내면서 전력 손실을 입었지만 현대적인 군대의 모습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베트남전 파병을 통해 최신식 무기를 손에 쥐게 됐고 또 실전을 경험하면서 전투력을 높이게 됐다”며 “지금 북한은 러시아의 현대식 군대에 참여해 새로운 전장의 기술을 습득하는 등 북한 국방의 현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계엄·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럽지만 두 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같은 직접적인 도발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러시아 파병에 집중하고 있어 대남 군사 도발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미사일 발사 등 기존에 주기적으로 해왔던 도발은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대규모 도발이 당장은 없을지라도 이럴 때일수록 연합 방위 태세가 중요하다”며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현재 한일 관계는 동력이 약해져 있는데 관계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일본과의 안보협력에서 더 나아가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동아시아 안보협력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두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북특사를 지명했는데 이는 북한과의 관계를 좋게 하려는 시도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줄 수 있다”며 “김 위원장 역시 핵보유국 인정을 카드로 삼아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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