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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금융사 해외진출, 파트너 찾아 쉽게 가라"

현지기업 자본 투자로 선회

단독출자·경영제한 등 규제 우회

합작법인·지분투자로 파트너십

카뱅, 태국 가상은행 설립 협업

하나銀, BIDV 15% 지분 인수

한화생명은 印尼 노부銀 제휴







코로나19 이후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금융사들이 올해 당국의 지원 정책 아래 다시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현지 라이선스 확보 전략보다 현지 합작법인 설립이나 일부 지분 투자 방식이 더 주목받고 있다. 금융사뿐 아니라 핀테크나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이 가능하고 복잡한 라이선스 획득 과정이 필요 없어 신속한 시장 진출이 가능해 새로운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태국 주요 금융지주사인 SCBx와 태국판 인터넷전문은행인 ‘가상은행(Virtual Bank)’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중앙은행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전략적투자자(SI)로 가상은행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합작 은행 설립 후 국내에서 쌓은 인터넷전문은행 운영 노하우를 태국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동남아시아 플랫폼 기업 그랩과 협력해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분 10.05%를 보유하고 있다. 슈퍼뱅크는 지난해 6월 출범한 지 2개월 만에 고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자문 계약을 맺는 등 활발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투자는 글로벌 전략적 투자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2019년 베트남 현지 국영 상업은행이자 자산 기준 현지 최대 은행인 BIDV의 지분 15%를 인수해 전략적투자자 지위를 취득했다. 하나은행은 BIDV 지분 인수 이듬해인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지분법평가이익 약 4240억 원을 인식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944억 5500만 원의 지분법평가이익을 얻었다. 매년 지분 가치가 상승해 지분 평가액은 인수 당시 1조 2730억 원에서 2024년 9월 말 기준 1조 8578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의 지분 4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리포그룹의 현지 노하우에 한화생명의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현지 사무실이나 지점 설립 후 법인으로 전환하던 방식에서 M&A 중심으로 변경했지만 신통찮았다. 부실 금융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 개선 작업이 예상보다 힘든 경우가 많았던 것.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 주재원은 “해외에 매각하는 현지 금융사들은 대부분 전면적인 탈바꿈이 필요한 부실 기관”이라며 “현지 문화나 규제 등이 국내와 너무 달라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도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때 파트너십을 통한 확장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보험사 알리안츠는 싱가포르항공·에어아시아와 협업해 여행자 보험을 판매했다. 미즈호,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MUFG),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 등 일본 금융사는 국가별로 현지 은행과 협력 관계를 맺고 직접 취급하기 어려운 현지 통화 기반 서비스를 보완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의 현지 디지털 기업에 출자해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전우영 PwC 스트래티지앤 파트너는 “전략적 투자를 통한 파트너십이 국내 금융사에 가장 적합한 해외 진출 방식이라고 본다”며 “적절한 제휴 대상이나 합자 파트너를 물색하고 충분한 신뢰 관계를 쌓아 현지에 특화된 사업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분 일부 인수나 합작법인 설립은 현재 운영 중인 기업의 경영권 인수를 동반한 M&A보다 규제가 한결 가벼운 점도 매력적이다. 동남아의 경우 현지 투자법에 따라 외국 기업의 단독 출자나 경영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은행법상 자회사 허용 업무 범위 등 규제도 적지 않다. 게다가 한국 규제와 충돌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베트남이나 태국의 경우 외국인사업법에 따라 외국인투자가의 지분율은 50% 미만으로 규정돼 있다. 일본 미즈호은행 출신의 글로벌 진출 전략 전문가는 “일본 금융사들의 공격적인 M&A 전략이 크게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외 금융사 투자 시 현지의 출자 한도 제한에 따른 한계가 존재하고 일본 내 은행법상 자국 은행의 사업 범위가 규정돼 있어 출자 대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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