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4000억 원 줄었다. 주택거래 감소에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둔화한 결과다. 기업대출은 6조 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는데 대내외 불확실성에 기업들이 대출을 줄이는 등 허리띠 죄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4000억 원 감소한 1141조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3월 1조 7000억 원이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줄어든 게 가계대출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주담대는 지난달 902조 5000억 원으로 8000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11월 증가폭(1조 5000억 원)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주담대가 줄어든 것은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이 10월 1만 5000호에서 11월 1만 2000호로 줄어든 영향이다. 7월만 해도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 호에 육박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주택거래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봐야한다”면서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 전체로 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8월 고점 이후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은 237조 4000억 원으로 1조 1000억 원 줄었다.
기업 대출 증가세는 12월 기준으로 2016년(-15조 1000억 원) 이후 가장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1315조 1000억 원으로 전달에 비해 11조 5000억 원이나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4조 3000억 원, 7조 1000억 원씩 감소했다.
통상 12월엔 기업들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 영향에 대출 잔액 규모가 줄어든다. 그러나 작년에는 4분기 전체만으로도 8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계절적 요인과 별개로 대내외 불확실성 등에 따른 시설자금 수요 둔화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 차장은 “2016년에는 조선업 구조조정 이슈가 있어 기업 대출 규모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경기가 악화한 결과라기보다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보니 유동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기업 전략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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