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로 수집한 생체 데이터를 활용해 우울증 증상 발현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대욱 뇌인지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니얼 포저 미국 미시간대 수학과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스마트워치로 수집한 활동량과 심박수 데이터로 수면 장애, 우울감, 식욕부진, 과식, 집중력 저하 등 우울증 관련 증상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 방향은 충동성과 감정 반응, 의사 결정 및 전반적 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뇌 시상하부에 위치한 생체 시계와 수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이를 측정하려면 하룻밤 30분 간격으로 피를 뽑아 멜라토닌 호르몬 농도 변화를 측정하고 수면다원검사(PSG)를 수행해야 한다. 병원 입원이 불가피하고 검사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한 것이 웨어러블 기기다. 물론 현재 수준의 기기는 생체 시계 위상과 같은 바이오마커의 간접 정보만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로 수집한 생체 시계 위상을 정확히 추정하는 필터링 기술을 개발했다. 뇌 속 하루 주기 리듬을 정밀 묘사하는 디지털 트윈을 구현해 하루 동안 리듬 교란을 추정할 수 있다.
공동연구팀은 미시간대 신경과학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생체 시계 디지털 트윈의 우울증 증상 예측 활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미시간대 신경과학연구소는 800명의 교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전향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리듬 교란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다음날의 기분과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수면 문제, 식욕 변화, 집중력 저하, 자살 생각을 포함한 총 여섯 가지 증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단편적으로 이용됐던 웨어러블 생체 데이터를 실제 질병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우울증 증상을 겪는 환자가 겪어야 했던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정신건강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디지털 메디슨’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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