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물체를 빠르게 감지하는 곤충 겹눈을 모사해 초당 9120프레임(재생 이미지 수)의 촬영 성능을 낼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정기훈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 김민혁 전산학과 교수 연구팀이 곤충의 시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초고속 촬영과 고감도를 동시에 구현한 새로운 생체모사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달 게재됐다.
곤충의 겹눈은 물체를 빠르고 병렬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도 겹눈으로 들어오는 여러 신호들을 합쳐서 더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여러 개의 광학 채널과 시간 합산 기술을 적용해 곤충 겹눈을 닮은 카메라를 개발했다. 1mm 이하의 얇은 두께로도 초당 912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고 야간촬영 성능도 기존 고속 카메라 대비 최대 40배 더 향상됐다. 겹눈 방식으로 합쳐진 이미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흐림 현상을 제거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압축 이미지 복원’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기존 고속 카메라는 물체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포착할 수 있지만 프레임을 높일수록 프레임당 빛 노출시간은 줄어 감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새로운 카메라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을 통해 바이오·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1저자인 김현경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제작된 카메라가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고속 및 저조도 촬영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며 “이동식 카메라 시스템, 보안 감시, 의료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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