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고환율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리스크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수와 고용이 급격히 꺾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정부의 재정 확대 상황과 미국의 보편관세 부과 시 파급 효과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16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로 유지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번 연속 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린 뒤 첫 동결이다. 금통위에서는 신성환 위원을 제외한 전원이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만 보면 인하하는 게 맞지만 환율이 너무 높다”며 “미국 달러화 강세 외에 비상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가량 더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급등해 연말에 1480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서도 1450~147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치솟은 환율은 물가에 영향을 준다. 한은은 1470원대의 환율이 지속되면 올해 물가 상승률이 당초 전망(1.9%)보다 0.15%포인트 높은 2.0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라면 1%대 성장과 물가 목표(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겹쳐 스태그플레이션을 맞게 된다. 한은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달러와 국채금리 움직임도 고려했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번에 쉬어간 만큼 다음 달에는 금리를 내릴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예상치(1.9%)의 추가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5조~2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 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통화와 재정정책을 같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정치 리스크로 하방 압력이 높아진 만큼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은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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