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당의 딴죽걸기로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1기 축소한 가운데 야당 일각에서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인공지능(AI)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원전 확대에 나섰지만 한국은 오히려 에너지 믹스 정책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에너지 믹스 대책 간담회’에서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와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뼈대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비상계엄 여파와 야당 일부 의원의 반대로 8개월째 표류하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1차 전기본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국회 보고를 마친 뒤 확정돼야 했지만 여전히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야당 측의 반대로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전력망이 고립된 예외적 국가여서 유럽연합(EU)·북미보다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에너지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에너지 믹스를 구현하도록 안정성·경제성·수용성 등을 반영해 실용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세계 8위 에너지 소비국이자 세계 4위 에너지 무역국으로 글로벌 산업 추세에 맞는 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며 “정부 재정, 공기금 투자, 민간투자 등 민관 협력을 통한 에너지 자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당내 입장을 여전히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원전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조속히 정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지만 이 대표는 최종 불참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민감한 에너지 문제에 이 대표가 직접 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국가 에너지 정책의 기초가 되는 11차 전기본은 역대 전기본 가운데 가장 늦게 확정될 상황에 처했다. 야당이 정부의 원전 건립 1기 축소를 담은 수정안을 확정하더라도 원자력 학계 등의 반발을 해소해야 하는 등 ‘첩첩산중’의 상황을 맞이할 형국이 크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에너지 정책이 이념적으로 흘러갈 때도 있었던 것 같다”며 “초전력 첨단전략산업의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전원별 전력 수급 상황과 발전 원가 분석 등을 통해 실용적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한 차례 토론을 추가해야 방향이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국회 보고는) 2월 초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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