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를 향한 중국의 공세가 본업인 가전 제품을 넘어 에너지 신 사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LG전자가 10여 년간 이어온 이 사업을 대폭 축소한다. 제품 개발팀을 해체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의 유지보수에 집중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업이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태양광에 이어 ESS에서도 중국 공세가 매서워지며 에너지 부문에서 기업간거래(B2B) 비중을 키우려던 LG전자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ES사업본부 산하의 ESS사업담당이 최근 ESS사업지원태스크로 명칭이 바뀌었다. ESS사업담당 아래에서 제품 개발을 맡던 ESS개발팀도 사실상 팀이 해체됐다. 이를 두고 LG전자가 신규 솔루션 개발을 접고 이미 판매된 제품 지원 위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LG전자는 2014년 LG유플러스의 전력변환시스템(PCS) 사업부를 약 77억 원에 인수하며 ESS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사 스마트홈 허브 ‘씽큐온’ 및 가전과의 시너지를 노려 가정용 ESS 비즈니스에 힘을 줬다. 각 주마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따른 태양광 설치가 확산되면서 ESS 수요가 늘고 있는 세계 최대 ESS 시장 미국에서는 ESS 설치 전문가를 육성하고 ESS 구매 유도를 위한 금융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ESS 시장은 성장이 더뎠다. LG전자는 미국·유럽에서 사업 초기 괜찮은 실적을 내기도 했지만 결국 중국 기업들에 밀리며 점유율을 내줬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약 8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가격을 무기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들고 왔는데 LG전자가 주력으로 삼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등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앞서고 충·방전 횟수에서도 크게 유리해 자연스럽게 시장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ESS는 가격의 민감도가 크다. 남인호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는 “ESS라는 게 결국 에너지를 저장해 놓는 용도인데 효율성과 크기가 중요한 결정 요소가 아니다”라며 “가정용 ESS의 소비층은 개인이다 보니 가격의 요소가 무엇보다도 중요해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고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ESS와 산업 연관성이 높은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도 2021년 철수했다. 이때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에 밀렸다. 최근에는 LG전자가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2022년 전기차 충전 업체 애플망고의 지분을 인수하며 대대적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고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이 사업을 조 단위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던 LG전자의 밑그림은 B2B 사업 일부가 삐걱대면서 전략의 수정도 예상된다. 조 CEO가 2030년까지 B2B 매출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던 만큼 사업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군을 중심으로 B2B 사업의 재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ESS 개발팀의 상당수가 칠러, 에어컨 공조 등 B2B 사업으로 전환 배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기술 물결에 트럼프 2기라는 정치 변수까지 고려해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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