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관리에서 고용 안정으로 경제분석의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그린북에서 고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은 코로나19 3차 확산 끝무렵인 2021년 2월(고용 지표가 크게 둔화) 이후 약 4년 만이다. 정부는 한동안 ‘고용 개선흐름’(2023년 12월) 등과 같이 회복세를 거론하다가 지난해 1월부터는 고용에 대한 평가 자체가 모습을 감춘 바 있다.
고용에 대한 진단이 1년여 만에 재등장한 것은 지난달 취업자 수가 2804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2000명 감소한 ‘비상계엄령 쇼크’ 탓이 크다. 월별 고용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3년 10개월 만이었다. 더군다나 이달에도 고용 부진은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1월 고용이 굉장히 좋았으니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1월 숫자는 더 좋아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기우가 아니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경기 회복’ 문구를 14개월 만에 삭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우려’라는 표현을 빼고서 “경기 하방 압력 증가”라고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12월 속보 지표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를 기록, 11월(100.7)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도 11월 62.4에서 12월 53.7로 떨어졌다.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0% 줄면서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재전환했다.
다만 카드 국내승인액(5.4%), 승용차 내수판매량(6.7%), 온라인매출액(12.0%) 등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적 혼란기, 제주항공 사태가 있을 때 카드 매출이 살짝 낮아졌다가 1~2주 후에 다시 회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제주항공 사태가 거의 12월 마지막 주여서 1월 움직임도 조금 더 지켜봐야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잡은 물가도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12월 물가상승률(1.9%)은 1%대에 그쳤으나 전월(1.5%) 대비 상승 폭이 커진 데다,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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