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아이오닉5을 전량 현지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현지 생산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수입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이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에 세운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5 1006대가 지난해 12월 현지 시장에 판매됐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미국에서 생산·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달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오닉5(4195대) 중 24%가량을 현지 공장에서 조달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HMGMA에서 미국 시장용 아이오닉5의 모든 물량을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하며 현지 판매 확대에 나선다. 기존에는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해 판매하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HMGMA는 지난해 10월 가동 이후 ‘램프업(생산량 확대)’이 이뤄지며 생산 능력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현지 시장 수요를 충족할 수준(월 3000~4000대)의 생산 체제가 갖춰졌다.
현대차가 현지 생산을 늘리면서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장벽에 대응할 여력도 확보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해외에서 생산한 수입차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 생산을 늘리면 이러한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 또 미국 IRA상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구매 보조금 혜택을 받아 가격 경쟁력도 높이는 효과도 따라온다. 이에 더해 올 상반기 출시하는 아이오닉9의 미국 판매 물량도 현지 공장에서 100% 조달할 예정이다. 미국 등 북미를 제외한 국내·기타 지역의 판매 물량은 아산 공장에서 생산한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격전지인 미국에서 현대차의 입지가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2만 3861대의 전기차를 팔아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이오닉5는 2021년 12월 미국 출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약 3년 만에 누적 판매 대수 10만 대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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