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진단은 말 그대로 임상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맞물려 들어가는 겁니다. 하물며 199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마커 진단에 숱하게 활용된 검사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약제와 따로 분리돼 있는 게 말이 됩니까.”
류민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대한위암학회장)는 16일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동반진단 문제로 허가된 약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 같이 되물었다. 동반진단 이슈로 표적치료제 ‘빌로이’ 처방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는 전이성 위암 환자에게 기존 항암제를 써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1차 치료제인 빌로이를 쓸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약 없이 치료를 미룰 수도 없으니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동반진단에 대한 기술평가와 수가산정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은 클라우딘18.2 과발현에 대한 검사는커녕 신약 처방도 불가능하다. 류 교수는 현 상황을 “주객이 전도됐다”고 꼬집었다. 빌로이는 일본에 이어 유럽종양학회(ESMO)·미국국립종합암센터네트워크(NCCN)·대한위암학회의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클라우딘18.2 양성 환자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됐다. 정작 임상 혜택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우리나라에서는 행정 절차상 문제로 발이 묶였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다음 주 예정된 심평원 회의에서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최소 1년은 약제를 쓰지 못하게 된다.
그는 “대한암학회에서 지난해 심평원에 의견서를 냈고 대한위암학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료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을 가장 기다리는 건 환자들이다. 환자의 치료와 직결되는 동반진단 검사법의 사용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제도는 개선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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