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를 두고 지적재산권 침해라는 입장을 보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분쟁을 종결하고 해외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 원전 수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해결되면서 향후 유럽 시장 진출 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원전 수출 역량이 확대된 만큼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인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신규 원전 4기 건립으로 원상 복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본지 1월 11일자 5면 참조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17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 역시 “양측이 전 세계적으로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할 무대를 마련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수원과 한전, 웨스팅하우스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가진 캐나다 핵연료 회사 카메코와 함께 미국 현지에서 지재권 분쟁 협상을 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번 지재권 협상 타결 내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상호 비밀 유지 약속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 혹은 일감을 주고 향후 다른 제3국 원전 수출도 공동 추진하는 협상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전통 시장인 유럽에서는 양 사 공동 진출, 중동 지역 등은 한국이 단독 진출하는 등 특정 지역 원전 수출 문제를 놓고 ‘상호 조정’을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정부와 민간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호혜적으로 협력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반겼다.
원전 업계는 한미가 ‘팀 코러스(Team Korea+US)’ 형태의 진출을 꾀하면서 세계 각지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평가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계획이 수립됐거나 추진 중인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430개에 달한다. 이 중 폴란드(29기)·터키(8기), 사우디아라비아(2기) 등은 팀 코러스의 역량을 앞세워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웨스팅하우스의 저작권 침해 주장으로 꼬일 뻔했던 24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역시 최종 계약을 앞두고 변수가 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김성중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미를 제외하고 해외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뿐”이라며 “중러에 에너지 시설을 맡기기 부담되는 국가들을 노릴 수 있는 의미 있는 합의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원전 업계는 원전 수출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만큼 11차 전기본을 원안대로 복구해 빨리 국회 논의를 끝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에너지믹스 정책을 다룬 11차 전기본과 관련해 원전 축소를 주장했고 정부는 이에 당초 건립을 추진하던 신규 원전을 4기에서 3기로 줄인 수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팀 코러스 결성으로 글로벌 원전 수주 기회가 확대됐다”며 “11차 전기본 원안대로 국내 신규 원전 4기 건립을 추진해 수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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