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와 이사 상한 설정에 모두 찬성 의견을 정하면서 표 대결 향방이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1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 간인 2020~2024년 DB하이텍(2023년)과 한진(2021년) 등 집중투표제 관련 안건에 모두 도입을 찬성한 바 있다.
수책위는 또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데 대해 찬성했다. 너무 많은 이사를 두는 것은 개별 이사의 영향력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사 수 상한은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어 19인 이하로 제한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당초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현재 13명인 고려아연 이사진에 자신들이 추천한 14명의 신규 후보를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할 방침이었지만 브레이크가 걸렸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국민연금 외에 한국ESG평가원, 서스틴베스트, 글래스루이스 등의 의결권 자문사가 찬성했고 ISS와 한국ESG연구소는 반대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투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 후보 투표 방식을 결정, 당일 사외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선출에 대해서는 최 회장과 MBK·영풍 연합 측 후보 3명 씩에 나눠 행사하기로 했다. 최윤범 회장 측 후보 3명은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먼(Oliver Wyman) 선임고문과 정다미 유니드 사외이사, 최재식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 등이다. MBK·영풍 연합 측 후보 3명은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변현철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에게 의결권을 나눠 행사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뿐 아니라 앞으로도 소수주주 권한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다양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BK측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 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며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국면은 장기화돼 회사는 물론 주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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