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에도 올랐던 박성현의 세계랭킹은 현재 578위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병가를 내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고 국내 대회에는 두 번 출전했지만 모두 컷 탈락했다.
박성현에게 2025년은 사활을 걸고 맞서야 하는 운명의 해다. LPGA 시드가 남아 있는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도 부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국내 무대로 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
박성현의 부진은 부상과 함께 장타 능력이 사라지면서 시작됐다. 박성현은 LPGA 무대에 진출할 때부터 장타자로 이름을 널리 날렸다. 2017년 7위(270.63야드)를 시작으로 2018년 6위(269.80야드), 그리고 2019년에도 6위에 오르면서 3년 연속 ‘장타 톱10’에 들었다.
하지만 이후 어깨 부상 등으로 그의 장타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0년 30위(260.77야드), 2021년 38위(263.24야드), 2022년 41위(263.53야드) 그리고 2023년에는 87위(255.86야드)로 뚝 떨어졌다.
그의 마지막 우승은 마지막으로 장타 톱10에 들었던 2019년이다.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이후 우승이 끊겼고 그 해 8월 AI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단독8위에 오른 뒤 ‘톱10’ 성적도 사라 졌다.
장타 능력이 떨어지면서 성적이 곤두박질 친 선수는 또 있다. 이정은6도 비거리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좀처럼 부진 탈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정은6가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LPGA 무대에 진출한 2019년 드라이브 샷 거리 부문에서 34위(265.47야드)를 기록했다. 화끈한 장타는 아니었지만 체격 좋은 서양 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그다지 부족하지 않는 비거리였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에는 주로 국내 무대에서 활약했고 2021년 46위(261.65야드)로 장타 순위가 조금 밀리더니 2022년 75위 (257.75야드), 2023년 117위(250.74야드) 그리고 지난해도 116위(253.87야드)에 머물렀다.
이정은6의 성적 역시 드라이브 거리 순위와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만 해도 ‘톱10’ 8회로 무난한 성적을 냈지만 톱10 횟수가 2022년 5회, 2023년 1회로 눈에 띄게 줄었고 작년에는 한 번도 10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심지어 20번 출전해 절반인 10회 컷 탈락의 쓴 맛을 봤다. 국내 무대로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이정은6도 올해 자존심을 건 싸움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고진영의 성적도 비거리와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다. 2018년 신인 때 드라이브 거리 77위(252.41야드)였던 고진영은 140위(249.83야드)에 머물렀던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2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던 2023년 드라이브 거리 83위(256.74야드)였던 것과 확실히 대비된다.
물론 드라이브 거리가 줄었다고 성적이 항상 나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신인 때 드라이브 거리 71위(253.75야드)였던 전인지는 2022년 126위(249.08야드), 2023년 159위(241.01야드) 그리고 2024년에도 159위(241.45야드)로 순위가 밀렸지만 성적은 완전히 딴 판이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상금 랭킹 58위와 141위로 크게 뒤처졌지만 2022년에는 상금 랭킹 3위에 오르는 반전의 샷을 날렸다.
또 지난해 LPGA 투어 상금 랭킹 톱10 중 3명이 드라이브 거리 100위 밖 선수였다는 것도 장타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상금 3위 리디아 고의 드라이브 거리는 105위(255.09야드)였고 상금 6위 후루에 아야카(일본) 드라이브 거리 134위(250.41야드) 그리고 상금 8위 릴리아 부(미국)도 드라이브 거리 107위(255.03야드)였다.
장타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만 잘 세운다면 언제든 부활의 샷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2025년은 LPGA 대한민국 여자골퍼들에게 ‘부활의 해’가 될 것인가. 두근두근 개봉 박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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