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연내 7개 거점 대학을 선정해 연간 1억엔(약 9억3000만원) 미만의 자금 등을 지원하고,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일본내 반도체 설계 및 생산 관련 전문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7개 거점 대학을 지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대학은 지역 내 전문 교수진과 협력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게 된다.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은 선진국 공통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향후 10년간 반도체 부문에서 4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거점 대학들은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내에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이들 학교는 반도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주변 대학 교수진과 연계해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문부성은 교육환경 정비를 위해 선정 학교에 매년 1억엔 미만을 보조한다. 7개 대학 중 일부는 실습 거점으로 지정돼 반도체 제조 체험이 가능한 장비를 구비하고, 전국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반도체 관련 교육에 대해 "선진적인 인재 육성에 힘쓰는 대학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교육 체제는 갖춰져 있지 않다"며 "거점교를 마련하는 것을 통해 전문 교원이 각 대학에 분산돼 있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까지 세계에서 인정받았으나 이후 한국 등 이웃 국가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 이 영향으로 기업의 기술자와 연구 인력이 감소했는데, 경제산업성의 공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반도체 산업(소자·집적회로·제조장비) 종사자는 약 16만 명으로 20년 만에 30%나 줄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반도체 왕국의 재현'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구마모토현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공장을 유치했다. TSMC의 공장 2곳에서는 34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주요 대기업이 출자한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치토세시에서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육성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필수인 게 바로 전문 인력이다.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는 향후 10년간 일본 전국에서 4만 명 이상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닛케이는 "반도체 제조는 다양한 공정이 있어 모든 과정을 한 회사에서 수행하는 기업이 적다"며 "지도 가능한 인재도 부족해 OJT(현장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 인력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 인력 부족은 일본 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한 간부는 "2030년까지 세계에서 약 150만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반도체공업회(SIA)는 미국에서 2030년까지 6만7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2022년 마련한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인재 육성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대만은 2024~2028년 5년간 52억 대만달러(약 23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와 STEM 분야 유학생 유치를 강화하고 있다.
자국 내 인재 키우기 못지 않게 해외로부터의 영입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조사회사 옴디아의 스기야마 가즈히로 컨설팅 디렉터는 "일본의 반도체 인재 육성은 이제 막 시작돼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연구 거점을 보유한 구미 등과 비교하면 뒤처진 면이 있다"며 "해외 인재 확보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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