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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 계열사 62곳, 여성 CEO 4명뿐

■금융권 견고한 '유리천장'

KB·하나 등 1명씩…신한 0명

전체 여성직원 비율은 높은데

보수적 조직문화로 한계 여전

"방탄유리란 말까지 나와" 지적





금융권의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계열사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산업계의 여성 고위직 비중에 비해 금융권의 ‘유리천장’이 아직도 견고한 것이다. 특히 금융권은 다른 산업보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데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5대 금융지주의 계열사 CEO 62명 중 여성 여성은 총 4명에 불과해 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여성 CEO가 고작 3명으로 여성 CEO비중이 5%도 채 되지 않았다. 2022년 국내 기업 경영인 10명 중 4명이 여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금융권의 여성 CEO 비중은 현저히 낮다.

5대 금융지주별 여성 CEO 수는 KB·하나·우리·농협금융이 각각 1명이었고 신한금융은 아예 없다. 서혜자 KB저축은행 대표는 지난해 취임해 올해 임기를 이어간다. 서 대표는 2010년 KB저축은행 출범 이후 첫 여성 CEO다. 김덕순 하나펀드서비스 대표는 올해 새 CEO로 취임했다. 전임 노유정 대표에 이어 두 번째 여성 CEO다. 정현옥 우리신용정보 대표도 올해 사령탑을 맡았다. 2019년 지주사 재출범 이후 첫 여성 CEO다. 우리금융 계열사 중 여성은 2010년 권숙교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대표 이후 처음이다. 이민경 NH농협카드 사장은 NH농협금융 최초의 여성 CEO로 발탁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첫 여성 CEO였던 조경선 신한DS 대표가 지난해 말 퇴임한 이후 올해 새 여성 CEO가 임명되지 않아 ‘제로(0)’가 됐다.



금융권의 여성 CEO 부족 현상은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간한 ‘2024년 여성 경제활동 백서’에 따르면 2022년 전체 기업 중 여성 경영 기업의 비율은 40.5%로 집계됐다.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은 2019년 277만 4670개에서 2022년 325만 9853개로 3년 만에 48만 5183개(17.5%) 늘었다. 2019년 처음으로 40%를 넘긴 이후 4년째 40%대를 유지했다. 게다가 4대 금융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여성 직원이 2만 7822명, 남성 직원이 2만 1861명으로 여성 직원이 훨씬 많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유리천장’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산업에서 여성 CEO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비교해 ‘방탄유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금융지주들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지만 아직 여성 CEO 배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KB금융은 남녀 임원이 여성 부점장을 멘토링해주는 ‘WE STAR 멘토링’을, 하나금융은 여성 부점장급 직원 전문 교육인 ‘하나 웨이브스 컨퍼런스’를, 신한금융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업무 수행 능력보다 남성 중심의 조직 시스템과 문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여성의 승진과 급여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사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항이 커 조직 문화 역시 다른 업권보다 보수적인 편”이라며 “과거에 의도적으로 여성의 승진을 제한하는 분위기 탓에 현재 여성 임원이 절대적으로 적어 CEO를 배출할 기회도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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