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인공지능(AI)폰 경쟁이 프리미엄(고가)을 넘어 중저가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조사들이 지난해 프리미엄폰 위주로 고성능 AI를 탑재하며 기술력을 과시한 데 이어 새해 들어서는 앞다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AI폰’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이달 초 ‘어썸 인텔리전스’라는 상표를 국내외 주요국에 출원했다. 어썸은 삼성전자가 중저가 제품군 ‘갤럭시A’ 시리즈의 마케팅 용어로 널리 사용해온 만큼 어썸 인텔리전스가 갤럭시A 전용 AI 모델 또는 기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갤럭시A는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와 달리 이미지 검색 ‘서클 투 서치’를 제외하면 아직 AI 기능을 지원하지 않지만 신제품부터는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썸 인텔리전스가 갤럭시A 신제품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 오는 3월 출시를 앞둔 60만 원대 ‘갤럭시A56(갤럭시퀀텀6)’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두뇌칩) ‘엑시노스1580’은 전작과 달리 AI 칩으로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14.7TOPS(초당 14조 7000억 회 연산)라는 구체적 사양을 밝히며 엑시노스1580의 향상된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강조했다. 프리미엄 칩에는 밀리지만 ‘아이폰15’의 ‘A16 바이오닉’(17TOPS)에 맞먹어 어느 정도 AI 연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전작 대비 37% 향상됐다”며 “복잡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한줄 요약하거나 이미지 기반 번역에 쉽게 접근하는 등 고품질 AI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중저가폰에도 AI 기능을 확대하는 것은 새해부터 가성비가 AI폰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8년까지 250달러(36만 원) 이상 스마트폰 10대 중 9대가 생성형 AI를 지원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중 800달러(117만 원) 이상의 고가폰 출하량 비중은 15% 수준이다. 급성장하는 AI폰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려면 전 세계 스마트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800달러 미만의 중저가폰 사용자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가폰 비중이 70%대로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에서는 지난해 3분기 AI폰 판매 확대에도 가격 부담으로 인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0.7% 감소하며 성능 경쟁의 한계를 노출했다.
경쟁사들도 AI 기능을 프리미엄폰뿐 아니라 다른 라인업으로 확대 중이다. 애플은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SE 4세대’를 올 상반기 출시하며 ‘아이폰16’에 들어간 최신형 칩 ‘A18’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폰16과 같은 생성형 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한다. 샤오미도 지난해 9월 AI 통역·요약·녹음 등을 지원하는 매스프리미엄(준고급형) AI폰 ‘샤오미14T’를 선보인데 이어 이달 국내에서 해외(649유로·97만 원)보다 크게 저렴한 59만 9800원에 출시했다. 국내에서 94만 6000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S24 FE’와 동급 제품을 40%가량 싸게 내놓으며 승부를 걸었다.
칩 제조사들도 제조사의 수요를 노려 가성비 AI칩을 내놓고 있다. 대만 미디어텍은 샤오미14T 칩의 후속 ‘디멘시티8400’을 지난달 출시했다. 외신에 따르면 디멘시티8400의 GPU는 2023년 ‘갤럭시S23’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와 맞먹는다. 퀄컴이 4월께 출시하는 ‘스냅드래곤8s 엘리트’도 스냅드래곤8 2세대급 성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칩은 샤오미의 중저가폰 ‘레드미’ 등 신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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