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임직원 수가 2년째 감소했다. 비대면 서비스 이용 증가로 영업점 통폐합이 가속화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해외주식거래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일부 증권사들은 1년새 20% 이상 추가 채용에 나서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61개 증권사들의 임직원수는 총 3만 8854명으로 1년 전(3만 9070명) 대비 216명 감소했다. 전년 감소폭(574명)보다는 둔화됐으나 2년 연속 감소세다. 증권사 임직원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된 2020년부터 3년 연속 증가하다 2023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5대 대형 증권사(삼성·미래에셋·NH·한국·KB)는 지난해 들어 3분기 동안 NH(3015→3137명), KB(3019→3030명)증권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인력이 소폭 감소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말 4036명에서 지난해 3분기 3455명으로 3년여 새 14% 가량 인력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영업이 과거 대면 위주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초부유층 중심의 대면채널을 제외한 영업점 통폐합이 수년째 진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패밀리오피스 등 초고액 자산가 중심의 자산관리(WM)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국내 영업점 수는 지난 2020년 말 63개서 지난해 3분기 29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중소형사들의 몸집 감소는 더욱 두드러졌다. 저금리 시절 수년간 중·후순위 위주 부동산PF 금융 사업을 높은 비중으로 진행했지만, 2022년부터 시작된 고금리와 부동산 업황 악화로 대규모 부실 사태로 이어진 영향이다. 실제 다올, SK, iM증권 등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증가로 지난해 일제히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iM증권은 지난해 주요 거점 중심의 메가 점포 전환으로 영업점 수를 21개에서 11개로 줄였고 인력구조 개선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해 임직원 수도 861명에서 755명(3분기)으로 10% 이상 감축했다. SK증권 역시 같은 기간 900명에서 862명으로 줄이면서 영업점 통폐합 및 구조조정에 나섰다.
반면 대거 인력 확충에 나선 증권사도 있다. 토스증권의 지난해 3분기 임직원수는 357명으로 2023년 말(292명) 대비 22% 이상 증가했고 키움증권 역시 같은 기간 900명에서 981명으로 10% 가까이 추가 채용에 나섰다. 두 증권사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로 출발해 리테일에 집중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난해에는 서학개미(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해외주식 거래대금 1, 2위를 기록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토스증권은 비대면이 익숙한 MZ세대와 편리한 투자환경으로 해외주식을 사고 파는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급성장해 이에 따른 인력 수요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채권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고 개인용컴퓨터(PC) 버전의 트레이딩 시스템인 WTS(Web Trading System)을 출시하는 등 전 부문에서 고루 인력 수요가 있었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추가 채용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도 “지난해 글로벌마켓세일즈팀, 글로벌결제팀 증 다수의 부서가 신설됐다”며 “인력 수요 증가로 연 1회 진행하던 대졸 신입 공채를 지난해에는 2번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학개미들의 활발한 투자에 증권사 전체적으로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한 곳이 4곳(삼성·미래에셋·한국·키움증권)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권사 인력은 완만한 추세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증권사들이 리테일 확대를 위해 인력 채용을 늘릴 순 있겠으나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고 AI 등 자동화 서비스가 강화되면 인력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 전체적으로는 인력을 완만하게 줄여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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