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드라이브 거리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그 때부터 KLPGA 투어 장타 1위에 오른 선수 중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 도전한 건 올해 윤이나가 4번째다.
2013년과 2014년 장타 1위 김세영, 2015년과 2016년 장타 1위 박성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장타 왕에 올랐던 김아림이 현재 LPGA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2022년 장타 퀸 윤이나가 LPGA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한민국 여자골프 장타 왕 세 선수는 이미 성공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김세영이 12승을 거뒀고 박성현이 7승 그리고 김아림이 2승을 올렸다. 우승 횟수는 셋 중 김세영이 가장 많지만 LPGA 무대에 데뷔한 대한민국 선수 중 ‘최고의 루키’ 성적을 낸 주인공은 박성현이다. 2017년 LPGA 신인왕은 물론 상금 왕과 올해의 선수 1위에 올랐고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이제 윤이나의 차례가 왔다. 1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대 장도에 나선 윤이나는 장타 왕 선배들의 장밋빛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중대한 규칙 위반으로 인한 3년 중징계, 1년 반 징계 경감 그리고 복귀 첫 해 상금왕 등 ‘파란의 시간’을 보내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윤이나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윤이나가 자신을 따갑게 바라보는 시선을 이겨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윤이나는 국내 무대에서 뛰면서 그걸 한 번 극복해 봤고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감도 찾은 상태다. LPGA 무대에서도 자신의 최고 장점이라고 한 인내심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왕 도전하기로 한 이상 예전 일 때문에 괜히 위축될 필요도 없고 마음속에 담아둘 필요도 없다. 다만 더 이상 팬들을 실망 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잘못을 꾸준히 반성하면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은 꾸준히 갚아 나가야 한다. 국내 투어를 뛰면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있거나 섭섭한 경험이 있다면 그 것도 훌훌 털어버려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윤이나의 상대는 전적으로 윤이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굳이 신인왕을 다툴 다른 선수를 염두에 둘 필요도 없고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를 신경 쓸 이유도 없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 게으름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하려고 하기 보다는 열심히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한방 보다는 꾸준함에 방점을 둬야 한다.
윤이나는 한때 미국 진출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준비는 제대로 됐나? 미국에서 성공할 자신은 있나? 등등 복합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과연 지금 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실패하더라도 미국에 가면 내 골프를 훨씬 더 성장 시킬 수 있겠다. 그때 가서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더라도 미국에 가자. 가서 부딪쳐 보자.’
그때 가졌던 마음 그대로 자신의 골프를 성장 시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제 윤이나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부질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과 실패는 오롯이 윤이나 자신의 몫이다. 공은 던져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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