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면서 사회 혼란이 커지고 법치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치 위기가 길어지면 한국 경제의 1%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 2기’ 출범과 글로벌 경제·통상 기조의 대전환을 고려하면 지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정치 갈등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2025년 국내외 트렌드-격동의 글로벌 정세 속 혼돈의 국내 여건’이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혼란스러운) 정치 이벤트가 장기화하면 1% 성장이 고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이미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높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리스크도 상당한데 국내 정치마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조속한 정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통해 대외 위험 관리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체포를 전후해 수사기관과 법원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외부에서 볼 때 한국의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의구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절차에 맞춰 해결되면 해외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혼란을 가중하는 사건들이 자꾸 발생하고 있어 걱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이 강력한 법치주의로 신속한 의사 결정과 통화 및 재정정책을 포함한 다른 기관들의 기능이 작동 중이지만 경제활동 교란 장기화나 소비자의 기업 심리 약화는 신용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는 한국의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국가신용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상목 대행 체제가 자리 잡아가나 했는데 이런 상황이 터져서 유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탄핵 사태 이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평균 34bp 수준이던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윤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 직전인 13일(미국 현지시간) 40.42bp까지 상승했다. 17일에는 38.16bp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주말새 ‘법원 난동’ 사태가 벌어져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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