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 전자업체 ‘샤프’의 다이정우 전 최고경영자(CEO)가 애플과 엔비디아의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샤프를 인수한 폭스콘으로부터 샤프 CEO로 재직하는 동안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닛케이아시아는 20일 대만 현지 언론을 인용해 다이 전 CEO가 지난달 신타이베이 지방법원에 폭스콘과 폭스콘의 창업자인 궈타이밍을 상대로 총 10억 대만달러(약 442억원)의 보상을 주장하며 민사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타이 전 CEO는 2016년 샤프 CEO로 취임할 때 당시 폭스콘 회장 궈타이밍과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이가 샤프를 도쿄증시 1부에 다시 상장시키는 등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와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인센티브에는 폭스콘 주식이 포함됐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샤프는 타이가 CEO로 재직 중이던 2017년 12월 도쿄증시 1부에 복귀했고, 2017 회계연도에선 4년 만에 처음 순이익을 기록했다.
타이 전 CEO는 폭스콘 부회장으로 지내던 2016년 샤프 사장에 선임됐으며 2022년까지 샤프 CEO로 재직했다. 수십년간 궈타이밍으로부터 신뢰를 받았던 그는 폭스콘에서 닌텐도, 소니 같은 일본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사업을 이끌었다. 2016년 폭스콘이 샤프를 인수했을 때도 궈타이밍이 그를 직접 CEO 적임자로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40년간 폭스콘과 인연을 맺었던 그는 2022년 샤프 CEO에서 물러나며 퇴사했다.
이번 소송은 샤프가 액정디스플레이(LCD) 산업의 장기 불황 속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와중에 제기됐다. 100년 역사의 샤프는 지난해 5월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과 가전 브랜드 사업으로 전환하고, 오사카현 사카이의 적자 TV 디스플레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타이 전 CEO가 샤프를 떠나 퇴직하기 전인 2022년, 샤프는 TV 디스플레이 공장을 운영하는 자회사인 SDP 지분을 20%에서 100%로 늘리기 위해 약 400억엔을 투자했다. 그러나 샤프는 지난해 12월 100% 소유하고 있던 SDP의 사카이 공장 부지와 시설 일부를 소프트뱅크에 1000억엔에 매각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이곳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2022년 LCD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지분을 늘렸지만, 업황이 악화하면서 사업을 AI 중심으로 전환하고, LCD 관련 자산을 매각한 것이다.
실제로 샤프의 최근 실적은 LCD 업황의 쇠퇴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 왔다.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의 공격적인 LCD·OLED 생산능력 확대로 재고 조정이 장기화하면서다. 특히 SDP의 낮은 공장 가동률로 인해 샤프는 2022 회계연도에 260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손실이다. SDP의 부진은 모회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폭스콘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이에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1년간 오사카와 타이베이를 오가며 샤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전했다. 류양웨이는 지난해 6월부터 샤프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폭스콘은 이번 소송에 대해 “법과 규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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