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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빅테크의 시대…트럼프發 과학기술 지각변동

트럼프 2.0 시대 과학기술·ICT 전망

머스크 등용하며 정책 효율화 방점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기업에 호재

NASA 달탐사에 기업 역할 커질 듯

中 맞서 위성통신·양자 선점 지원도

AI 규제 대신 진흥…빅테크에 날개

해외 인재영입 등 R&D도 자국우선

韓, HBM 등 역할 갖고 협력국 다각화해야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글로벌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뉴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 패권 경쟁이, ICT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에 힘입어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더불어 미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과 중국 견제, 주요 국제기구 탈퇴로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이 위축될 우려가 나오며 한국 역시 맞춤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외신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기점으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주목받는 분야는 우주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지만 이를 위한 우주수송 신기술인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이 1회 발사에 40억 달러(5조 8000억 원)라는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며 계획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달 착륙 시점을 2027년까지 거듭 미뤄온 상황이다.

네이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계획을 바꿔 스페이스X를 포함한 민간 기업의 우주발사체(로켓)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아르테미스의 경제성 개선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그동안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왕복 등 국가 임무를 스페이스X 등에 맡겨 민간 산업을 키우는 뉴스페이스 정책을 펼쳐온 만큼 개연성 있는 전망으로 분석된다. 특히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캠프를 지원했고 신설될 정부 자문기구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되며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등극한 상황이다. 또 정부효율부는 예산 효율화의 일환으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 등 일부 정책 폐지와 관련 예산 축소를 검토 중이다.

중국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스페이스X에 맞먹는 연간 100회 이상의 우주 발사를 달성했고 달 착륙, 재사용발사체, 유인 우주유영 등 심우주 탐사 분야에서 미국과 본격 경쟁을 예고 중이다. 스페이스X 역시 심우주 탐사 분야에서 대형 발사체 ‘스타십’을 기반으로 2040년대 유인 화성 탐사까지 바라보고 있는 만큼 대중국 정책 차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의 또다른 사업인 위성통신 ‘스타링크’ 또한 글로벌 진출 속도를 높일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이달 주요 외신들을 통해 이탈리아 정부와 스페이스X 간 관련 논의 가능성이 보도되기도 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자체 위성통신망인 ‘궈왕’ 프로젝트의 첫 위성을 발사했다. 2035년까지 1만 3000기 위성망 구축이 목표다. 또다른 양국 패권경쟁 분야로 떠오른 양자기술도 지원 확대가 예상된다.



ICT 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AI다. AI 규제가 완화하며 대형언어모델(LLM) 등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기술 개발 경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2023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AI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행정명령은 딥페이크, 가짜뉴스(허위정보), 개인정보침해 등 AI 기술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AI 규제다. 유럽연합(EU)은 물로 최근 한국도 ‘AI 안전’, ‘AI 신뢰성’ 확보를 위한 AI 규제 강화에 나섰고 이에 글로벌 빅테크들도 자구책을 마련 중인 상황이다.

이를 되돌려 자국 AI 산업 진흥에 집중하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이다. 한국이 최근 뒤따라 출범한 AI안전연구소도 미국에서는 예산 축소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과학 고문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AI 스타트업 ‘스케일AI’ 출신의 마이클 크라치오스, ‘AI·암호화폐 차르’로 페이팔 출신의 데이비드 삭스, 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인도계 정보기술(IT) 전문가이자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총괄 파트너를 지난 스리람 크리슈난을 등용하는 등 과학기술 정책 전반에 AI 전문가를 포진시켰다. 동시에 미국은 이미 AI칩을 포함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시행 중이다.

AI 업계 변화는 한국 입장에서도 특히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최근 EU 주도의 AI 규제 강화에 대응해 ‘AI 기본법’을 마련 중이고 AI안전연구소를 신설했으며 관련 국제 회의인 ‘AI 정상회의’를 주도하는 데도 공들이고 있다. AI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국내 AI 기업의 해외 진출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규제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기술 개발과 산업 진흥 경쟁 역시 병행하는 정책이 필요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LLM 같은 단기적 기술 성과에 대한 투자가 느는 반면 AI 안전과 데이터센터 저전력화 같은 중장기적 투자는 축소할 것으로 예상돼 위기와 기회를 적절히 노려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반도체대학원장은 지난 11월 국회에서 열린 ‘미국 대선 후 기정학적 변화와 대한민국의 전략’에서 한국의 특기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기술 주도권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도체 분야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그는 “한국의 보완적 역할을 부각해서 반도체 보조금이나 관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만큼 (메모리 기반의 차세대 메모리인)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경쟁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협력 위축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국제기구 탈퇴, 유엔(UN)에 대한 예산 지원 삭감을 공언하면서다. 게다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최근 머스크가 외국인 전문직 비자 ‘H-1B’ 강화를 통한 적극적 해외 인재 영입을 제안했고 트럼프 당선인도 외신을 통해 이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이 국제협력보다는 자국 중심의 과학 인재 영입과 연구개발(R&D)을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둥비데이터를 인용해 ‘최고 과학자 수’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쳤다고 보도하는 등 미국은 과학기술 인재영입 확대가 필요해진 입장이기도 하다.

한국은 국제협력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만큼 ‘호라이즌 유럽’ 참여 등 협력 다각화를 통한 대응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한국이 직접 주도하는 국제 공동연구의 상대국가 중 미국은 30% 이상으로 주요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동맹의 부담 분담 관점에서 과학기술 R&D 투자의 우선순위 설정을 요구받을 것”이라며 “동맹과 우방국 사이에서 다극화한 대외 기술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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