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에 기업 외화예금이 급증세를 나타냈다. 수출입 기업의 예비용 자금 수요가 늘면서 기업 외화예금이 지난달에만 31억 달러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13억 달러로 11월보다 28억 7000만 달러 늘었다. 10월(-51억 달러)과 11월(-5억 4000만 달러)에 2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3개월 만에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주체별로는 한 달 새 기업 예금(871억 2000만 달러)이 31억 7000만 달러 늘었다. 반면 개인예금(141억 8000만 달러)은 3억 달러 줄었다. 통화 종류별로는 미국 달러화 예금(864억 3000만 달러)이 38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불안 요소가 확산하자 기업들이 달러 확보를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0.0원으로 75.3원 상승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국 불안과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며 “환율이 많이 올랐음에도 시장에서 불안심리가 확산해 기업들이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엔화 예금(81억 8000만 달러)은 11월보다 11억 9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원·엔 환율 상승에 따른 거주자의 차익 실현, 엔화 예금 잔액의 미국 달러 환산액 축소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유로화 예금은 일부 기업의 매출 대금 일시 예치 등으로 41억 4000만 달러에서 43억 7000만 달러로 2억 3000만 달러 증가했으며 위안화 예금도 같은 기간 9000만 달러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내 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이 867억 2000만 달러로 28억 9000만 달러 증가한 반면 외은 지점은 145억 8000만 달러로 2000만 달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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