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투자가의 삼성전자(005930) 매도 행렬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2년여 만에 50% 선을 위협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에서 뒤지면서 인공지능(AI) 붐에서 소외된 게 외국인의 외면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SK하이닉스(000660)는 55%까지 외국인 지분율을 늘려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확대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지분율은 전체의 50.30%로 올 들어 0.1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2023년 1월 25일 기록한 50.17% 이후 가장 낮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7월만 해도 56%대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하반기 들어 매도가 지속되며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올 들어서도 이날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총 7123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올 들어 1조 5619억 원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54.67%에서 55.77%로 키웠다.
외국인이 앞다퉈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는 주된 원인으로는 HBM 기술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진 것이 꼽힌다. 여기에 중국 업체의 덤핑 공세로 범용(레거시) 메모리에서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는 투자를 급격히 줄일 만큼 일감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다음 달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D램 양산에 돌입하지만 삼성전자는 개발 목표 시점을 올 6월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분간 외국인의 ‘SK하이닉스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실추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까지 빠져 추가적인 대량 매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이 상당수의 물량을 정리한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낙관적 시선도 나온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악재 소멸로 인식하는 투자자들도 있다”며 “주가가 하방 경직적이지만 본격적인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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