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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샷 하고 똑같이 화풀이 했는데…‘해턴 우승 vs 김주형 부진’ 성낸 골퍼 희비 왜?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최근 2주 연속 부진한 경기를 펼친 김주형.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지난 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 3라운드 때 김주형은 6번 홀(파4)에서 티샷 후 클럽을 내동댕이쳤다. OB(Out of Bounds)를 낸 뒤 화를 못 참았기 때문이다. 바로 앞 홀에서 짧은 퍼트를 놓친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4타를 잃고 가까스로 컷을 통과한 김주형은 최종일에도 1타 밖에 만회하지 못하고 공동 65위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지난 주 대회 영향 탓인지 김주형은 이번 주 끝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컷 탈락하는 쓴 맛까지 봤다.

다혈질로 유명한 티럴 해턴(잉글랜드)은 DP월드투어 히어로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3라운드 때 7번 홀(파3) 티 박스 마커를 파손했다. 티샷이 핀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언으로 티 마커를 내리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주형과 달리 해턴은 4타를 줄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든 뒤 최종일 다시 3타를 줄이고 우승으로까지 연결했다.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티럴 해턴. 사진 제공=AP연합뉴스




프로골프의 세계에는 다혈질 골퍼가 꽤 많다. 온갖 기행으로 ‘그린의 악동’으로 불린 존 댈리, 불 같은 성질 때문에 ‘볼케이노(화산)’란 별명을 얻은 스티브 페이트, 참을성이 너무 없어 ‘선더(thunder) 볼트’라는 닉네임이 붙은 토미 볼트도 있다. 샷이 안 맞을 때 툭 하면 클럽을 내동댕이쳤던 타이거 우즈도 다혈질 골퍼 중 한 명이었다.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던 욘 람(스페인)을 비롯해 패트릭 리드(미국), 브룩스 켑카(미국),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미국 동포 케빈 나 역시 한 성질 하는 선수 축에 낀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한다.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샷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변명한다.

해턴도 그랬다. 3라운드 후 해턴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지루한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김주형은 그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연륜도 짧은 데다 지난 해 ‘라커 파손’ 건으로 홍역을 치른 여파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정 조절 실패가 2개 대회 연속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유명한 골프 평론가인 버나드 다윈은 “골프만큼 플레이어의 성질을 드러내는 것이 없다. 그것도 최선과 최악의 형태로 나타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사람 됨됨이를 보고 싶다면 골프를 한 번 같이 쳐보라고 했다. 그 사람의 성질은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프로골프의 세계에 성공한 ‘필드의 비 신사’가 많은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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