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현지 시간)과 당일인 20일. 고액 기부자가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워싱턴DC 캐피털원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는 ‘마가의, 마가에 의한, 마가를 위한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통합’을 외쳤지만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몰려든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경 폐쇄와 불법 이민자 즉각 추방을 큰 소리로 요구했다.
영하에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새벽부터 줄지어 서며 승리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워싱턴DC에서 직선거리로 약 2200㎞ 떨어진 중남부의 오클라오마에서 왔다는 켄 로슬린 씨는 “그동안 미국은 약한 대통령에 의해 운영돼왔다. 미국에 약한 지도자가 있을 때마다 전 세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미국에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제 측면에서 그는 “규제 완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는 로슬린 씨는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그냥 돈을 벌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9일부터 20일로 넘어가는 새벽, 현장에서 밤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열망에 부응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사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의 쇠퇴는 끝났다”며 “모든 인종·종교·피부색·신념을 가진 시민들에게 희망과 번영·안전·평화를 되찾기 위해 목적과 속도감을 갖고 움직일 것”이라며 “미국 시민에게 1월 20일은 해방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다시 번영하고 세계에서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불법 이민 근절을 위해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에너지 패권 장악을 위해 “에너지 비상사태도 선포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마가 승리 집회’ 연설에서는 공식 취임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을 이끌고 갈 방향을 비교적 자유롭게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를 일으켜주고 외국 국경을 방어하는 데 수년을 보냈다”며 “우리는 미국을 일으켜 세우고 우리 국경을 방어하고 불법 이민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낀 채 제한적으로 열렸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보다 성대하게 진행됐다. 20일 오전 백악관 북쪽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것으로 취임일 공식 일정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만나 차담회도 가졌다.
이후 공식 취임식이 열리는 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홀)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야외 취임식을 준비하며 약 22만 장의 티켓을 뿌렸지만 한파에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두 번째 임기 취임식 이후 40년 만에 실내 취임식으로 변경했다. 로툰다에는 600명만 참석했으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도 자리를 함께해 1기 당시 트럼프와 거리를 뒀던 모습과 대비됐다. 트럼프는 전 세계 극우 성향 지도자에만 초청장을 뿌렸으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초청장을 받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신해 한정 국가 부주석이 참석했다.
취임식에서는 먼저 JD 밴스 부통령이 브렛 캐버노 미 연방 대법관에 취임 선서를 했고 이어 컨트리음악 가수 캐리 언더우드의 공연이 열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1861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취임 선서 때 사용한 성경책과 모친으로부터 받은 성경책 2권에 손을 올리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이로써 정오를 기해 공식적으로 47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후에는 유대교·이슬람교·개신교·천주교 성직자의 축도, 오페라 가수 크리스토퍼 마치오의 미국 국가 연주 등이 이어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송별한 뒤 의사당 상원 회의실 바로 옆의 ‘대통령의 방’으로 향해 서명식을 가졌다. 의사당 내 국립 조각상홀에서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가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하고 군을 사열한 후 다시 캐피털원을 찾아 지지자에 인사했다. 이후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겨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서명식을 가졌다. 이날 밤에는 지지자를 위한 '자유(Liberty) 무도회'와 군인들을 위한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 무도회’, 기부자를 위한 ‘별빛(Starlight) 무도회’가 연이어 열렸다. 무도회에서는 컨트리 밴드 래스컬 플래츠, 컨트리 가수 파커 매콜럼, 래퍼 넬리,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앨딘, 트럼프 당선인의 애창곡인 ‘Y.M.C.A’를 부른 빌리지 피플 등이 공연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2017년 취임식 무도회 때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에 맞춰 춤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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