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빈곤과 고독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스스로 들어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일본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최근 10년 새 약 4배 늘었다. 고독과 경제적 빈곤, 악화한 건강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감옥행을 선택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규칙적인 식사, 무료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으면서 사회에서 부족했던 동료애도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감 중에는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출소 후에는 스스로 치료비를 지불해야 하므로 가능한 한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CNN이 지난해 9월 일본 도치기(栃木)현 내 여자교도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백발의 81세 여성 A씨는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복역하고 있었다. A씨는 "이 교도소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라며 "나에게는 가장 안정된 삶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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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과거 60대 때 동종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으며 수형 생활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절도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치기 교도소의 또 다른 수감자 B씨는 지난 25년 동안 마약 혐의로 다섯 번 수감됐다. 그는 "돌아올 때마다 교도소 인구가 점점 늙어가는 것 같다. (어떤 이들은) 고의로 나쁜 일을 하고 잡혀 온다"고 밝혔다.
CNN은 "도치기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들은 교도소 내 공장에서 일해야 하지만, 일부 수감자들은 그 생활에 만족한다. 일부 노인 수감자들은 차라리 수감돼 있는 것을 선호할 정도로 일본 노인들의 고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 노인 수감자의 80% 이상이 절도 혐의로 입감됐다. 더불어 실제 일본에서 65세 이상 수감자 수는 2003년부터 2022년까지 거의 4배로 증가했다.
한편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남성 평균 81세, 여성 평균 87세로 세계에서 수명이 긴 나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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