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낸드 1위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낸드플래시 생산을 20% 이상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키옥시아 등 낸드 제조사들은 장기화하는 수요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 조절과 보수적인 설비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트렌드포스의 지난해 12월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낸드용 웨이퍼를 월 42만 장 투입할 예정이다. 직전 분기 월 56만 장을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25%나 줄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내내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해 올 4분기에는 월 40만 장까지 생산량을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인별로 보면 화성 사업장에 있는 12라인, 평택 1공장(P1)의 낸드 설비에서 큰 규모의 감산이 있을 예정이다. 12라인과 P1은 레거시(구형) 낸드를 생산하는 라인이다. 12라인은 지난해 4분기까지 월 10만 장의 낸드 웨이퍼를 투입했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반토막난 5만 장 수준만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낸드 회사들이 감산이나 생산량 유지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 주요 낸드 회사들은 설비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세계 낸드 설비투자 전망치는 196억 달러(약 28조 원)로 증가율은 약 0.51%에 불과하다. 삼성은 85억 달러를 쓸 예정인데 전년 투자액인 95억 달러 대비 10% 줄어든 수치다.
낸드 회사들이 감산과 설비투자액 축소를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황 악화다. 낸드플래시는 각종 전자기기에서 정보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하는 반도체다.
최근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PC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자 낸드플래시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4분기 들어서는 범용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월 3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좀처럼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는 추세다.
기술 문턱이 낮은 구형 제품 위주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펼쳐지는 점도 원인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낸드 회사인 양쯔메모리(YMTC)는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웨이퍼 투입량을 지난해 월 13만 장에서 올해 14만 장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낸드 업황 회복을 이끌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마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는 연산과 추론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외에도 생성된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올 수 있는 eSSD가 필요하다. 하지만 저장장치 시장에서는 여전히 값이 저렴한 하드디스크(HDD)도 각광 받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지가 다양하다.
이에 따라 낸드 회사들은 생산량 감축과 함께 첨단 낸드 라인의 비율을 늘리면서 ‘기술적 감산’에 들어갈 가능성도 크다.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용량 낸드를 주력 생산하면서 수요 침체에 대응하고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한 예로 삼성전자는 286단(V9) 낸드플래시 생산 설비를 최첨단 공장인 평택 4공장(P4)에 설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321단 낸드를 제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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