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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두려워할 대상[기자의 눈]


21일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 국회. 쿠팡을 대상으로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가 열렸다. 지난해 심야 노동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쿠팡 로켓배송 노동자 정슬기 씨 사건이 촉발한 청문회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번에도 역시 오지 않았다. 김 의장이 한국 국회의 부름에 불응한 대신 찾은 곳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다.

e커머스 시장이 국경을 초월하는 시대다. 유통산업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김 의장이 미국 정재계 고위층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인인 그가 모국 정부와 만나 나눈 이야기는 국내 소비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김 의장이 국내에서는 이런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쿠팡을 창업한 2010년에는 달랐다. 비즈니스를 위해 언론 인터뷰는 물론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만나 강연하는 자리도 가졌다. 그러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후부터 대외 활동을 줄였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이후에는 미국에서도 아예 노출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그가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의장이 자취를 거둔 사이 국내에서 쿠팡은 거대해졌다.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 40조 원 달성이 유력하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다. 이날 청문회에서 지적한 것처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노동자의 과로사는 하루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쿠팡의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액(10조 6900억 원)의 약 90%가 국내 유통사업 프로덕트 커머스(9조 3650억 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돈은 한국에서 벌면서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김 의장은 유일하게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에 대한 두려움을 자주 말해왔다. 지난해 5월에는 “손가락 한 번의 움직임으로 고객들이 다른 e커머스로 떠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에서 그의 지속적인 부재는 많은 소비자들의 손가락을 더 많이 더 빨리 움직이게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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