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중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이 1곳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2일 발간한 ‘CES 2024 혁신상 그 이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116곳 중 1곳만이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최하는 CES에는 다수의 글로벌 기업·스타트업·투자사 관계자가 모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스타트업 116곳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혁신상을 수상했고 올해에는 수상 스타트업이 125곳으로 늘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민간 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 데이터를 활용해 CES 수상 기업의 투자 유치 이력을 추적했다.
국내 스타트업은 매년 CES를 석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실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력과는 거리가 있다. 올해 CES 스타트업관에 참여한 국가별 기업 수는 한국 625곳, 미국 189곳, 프랑스 171곳 등이었다. 시장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유망 스타트업도 많은 미국보다 우리 기업이 4배 이상 많았던 것이다. 이지영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스타트업이 다수 참가하게 된 이면에는 공공기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참가기업과 수상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창기 기업 전문 조사기관 스타트업 블링크에 따르면 한국 창업 생태계 순위는 세계 20위다. 1·2·3위는 창업 강국으로 잘 알려진 미국·영국·이스라엘이다. CB인사이트는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수를 13곳으로 본다. 미국(690곳)과 중국(162곳)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에 정부는 2023년 범부처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 대책’에서 통해 국내 창업 생태계 경쟁력을 세계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ES 수상 스타트업 다수는 사업 개시 단계의 초창기 기업이었다.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의 72.4%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기술·제품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리즈A 라운드 미만 단계에 있는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전체 수상 기업 116곳 중 국내외 투자를 받은 기업은 21곳으로 18.1%에 그쳤다. 이 전문위원은 “전시회 참가의 주 목적을 잠재 고객 확보라고 본다면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CES에 참가하기 이른 시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CES 혁신상이 결과적으로 해외 진출보다는 국내향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공공기관은)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만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후속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기업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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