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모빌리티 기업들이 지도 서비스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속속 접목하고 이용자 유치에 나섰다. 지도 서비스 이용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을 기반으로 색다르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해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035720)는 최근 카카오맵 등 자사 로컬 서비스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내부 테스트를 거듭하고 있다. 구체적인 서비스는 현재 논의 중이나 AI가 연령·성별과 같은 사용자 특성에 기반해 초개인화된 장소를 추천하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도 카카오내비 주행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 선호 기반의 실시간 핫플레이스를 안내하는 ‘요즘뜨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AI가 접목된 신기능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다만 카카오는 “구체적인 내용과 시점은 현재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도 서비스가 단순하게 길을 찾기 위한 도구를 넘어 사용자에게 장소를 추천하고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진화하면서 카카오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미 다른 지도 플랫폼에 AI 기능이 추가되고 있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 “정신아 대표가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서비스 개편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티맵은 지난해 9월 AI 기반 장소 추천 서비스인 ‘어디갈까’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장소 추천을 넘어 사용자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거리뿐 아니라 원거리 장소와 향후 이동 경로까지 제안한다. ‘어디갈까’를 통해 맛집과 관광지 등 다양한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출시 한달여만에 500만 명의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네이버지도 역시 리뷰와 예약 내역 등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이용자뿐 아니라 해외 여행객으로도 저변을 넓히기 위해 ‘파파고’를 활용한 AI 번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네이버지도는 지난해 10월부터 방문자 리뷰와 플레이스 필터에서 영어·일본어·중국어와 한국어 4개 언어를 지원 중이다. 이 외에도 구글도 구글맵에 자사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입혔다. 예컨대 이용자가 구글맵에 ‘친구랑 저녁에 같이 가볼만한 곳’이라고 물어보면 AI가 적합한 목록을 제안하는 식이다.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지도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 까닭은 이용자를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맵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12월 기준 1072만 명으로, 최근 3개월 동안 횡보하고 있다. MAU 규모에 차이는 있으나 네이버지도와 티맵 역시 지난해 12월 기준 각각 2674만 명, 1475만 명으로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지도 플랫폼에 접속하는 횟수를 늘리고, 신규 이용자 유입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더 많은 이용자가 모일수록 다음 추천 때 취향에 맞는 정확한 추천을 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볼만한 곳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지도 플랫폼들로서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AI를 도입하면 향후 구독형 서비스 등 수익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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