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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낮아진 스타트업…'구주 매입' 세컨더리 펀드 활황 [스타트업 스트리트]

벤처투자 위축에 주식 가격 하락

유망 기업들 저가매수 기회 열려

기존 투자자 투입자금 회수 도움

정부도 순기능 주목…활성화 모색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이 다수 모여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연합뉴스




벤처 투자 위축으로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낮아지자 구주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세컨더리 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세컨더리 펀드란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F)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 주식을 인수하는 펀드를 말한다. 기존 투자자는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주식을 매각하고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할 수 있어 얼어붙은 시장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신규 투자자는 주식을 싼값으로 매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순기능에 주목해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22일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결성된 세컨더리 펀드는 6881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연간 집계인 5774억 원을 연말이 되기 전 넘어섰다. 세컨더리 펀드는 2020년 1379억 원에 그쳤지만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저금리로 유동성이 늘어나며 4315억 원으로 증가했다. 투자 활황으로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치솟고 구주 가격이 비싸진 2022년에는 3638억 원으로 주춤했다가 2023년과 지난해에 걸쳐 지속 증가하고 있다.





기업 구주 인수를 주목적으로 하는 세컨더리 펀드는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VC는 보통 투자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구주를 매각하고 투자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국내 증시 불황 등으로 IPO와 M&A 시장은 모두 침체된 상황이다. 벤처 투자 펀드는 만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대부분 6~8년 내 투자금 회수를 해야 해 세컨더리 펀드를 통한 주식 매각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벤처 펀드는 8조 3867억 원 규모다.

신규 투자자에게 세컨더리 펀드는 경쟁력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다수 스타트업의 주식 가격은 최근 2년 사이 크게 내렸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플랫폼·이커머스 기업의 기업가치 하락 현상이 두드러진다. 대형 스타트업의 주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세컨더리 펀드 운용 VC에게는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기부는 세컨더리펀드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우선 올해 1억 달러(약 1436억 원) 규모의 ‘글로벌 세컨더리펀드’를 조성한다. 해외에서 국내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하도록 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또 모태펀드가 출자한 자펀드가 주목적 투자 분야 기업의 구주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주목적 투자로 인정한다. 벤처 펀드는 펀드 결성 과정에서 명시한 산업 분야 투자를 일정 비율 이상 해야 한다. 구주 인수가 주목적 투자로 인정받게 되면 세컨더리 시장이 커질 수 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올해 청산해야 하는 펀드가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코스닥 시장을 통한 IPO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신규 투자도 덩달아 줄 수 있어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컨더리 펀드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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