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수십조 원을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전 세계 산업 지형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정책금융을 통해 방파제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산은이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저리 대출을 하고 있지만 (이자와 원금 상환 의무가 있는) 대출만으로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산은에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투자 방식으로 지원한다면 대출보다는 더 나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기업에) 직접적인 지분 투자도 가능하겠지만 공장을 지을 때나 신규 투자를 할 때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투자를 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직접 투자 방식으로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대출 중심의 지원을 고수해왔지만 이자 부담 등으로 기업의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을 고려해 지원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금 규모는 수십조 원 수준으로 정부보증채권을 발행해 조달할 예정이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 원 규모로 조성했던 기간산업안정기금 방식과 같다. 정부 보증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용 수준이 산업금융채권보다 높다.
김 위원장은 “정부보증채를 통해 기금 재원을 조달하는 구조인 만큼 시장 수요 등에 대한 파악 등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올 1분기 중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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