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향후 상장기업의 상장유지비용이 평균 12.8% 증가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장유지비용 절감을 위해 코스피 상장사 10곳 중 3곳 이상은 상법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상법 논의를 중단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와 민생경제 회복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이하 상장협)은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과 공동으로 매출 상위 6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내 주요기업의 상장유지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상장유지비용이란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상법 등에 산재한 상장사 관련 규제와 공시 의무 등을 준수하는데 드는 비용 전반을 의미한다. 상장·등록 유지 수수료부터 주주 관리 비용(배당, 주주명부관리 등), 주식발행 관련 각종 수수료, 기업활동(IR) 비용, 경영권 방어 관련 비용 등이 있다.
조사 결과 응답기업들은 상법 개정시 상장유지비용이 추가적으로 평균 12.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기업은 평균 15.8% 증가를 예상했고 코스닥 기업은 평균 9.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상법 개정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셈이다.
대응방안으로 기업들은 내부 프로세스 개선(49%), 비용절감(38%), 인력감축(5%) 등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상장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조치로는 29%가 ‘공시 의무 완화’를 꼽았다. 이외에도 상장유지 수수료 지원(27%),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중지(24%), 회계제도 개선(14%) 등을 지목했다. ‘상법 개정 중지’와 ‘공시 의무 완화’가 30% 이상 응답률을 기록한 코스피 기업과 달리 코스닥 기업은 ‘금감원이나 증권사 등의 상장유지 수수료 지원’이 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기업들의 상장유지비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당시에 비해 상장유지비용이 얼마나 변화했는지에 대해 응답기업은 평균 11.7% 늘었다고 답변했다. 코스피 기업이 17.8%로 코스닥 기업(6.0%)의 3배 가까이에 달했다. 응답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앞으로도 상장유지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춘 상장협 정책1본부장은 “단순히 이사에게 주주이익을 보호하라는 책임을 지운다 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된다는 것은 매우 이상적인 발상”이라며 “규제완화를 통해 이사의 적극적 경영으로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적절한 해법으로 현재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는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법안 24건을 심사한다. 민주당이 낸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 확대와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상장사 독립이사·전자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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