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거나이즈의 일본 증시 상장은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국지사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국내 AI 기업이 도쿄거래소에 상장하는 첫 번째 사례”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거나이즈는 올해 말 일본 도쿄거래소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코딩 없이 기업 특화 AI 앱 구축…앱마켓도 마련
2017년 이 대표와 사토 야스오 일본 법인 대표가 설립한 올거나이즈는 초거대 AI 플랫폼 ‘알리’를 운영하며 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한다. 기업이 AI를 활용할 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언어모델(LLM) 인에이블러’를 표방한다. 대표 솔루션인 ‘알리 LLM 앱 빌더’를 활용하면 코딩 지식 없어도 각 기업에 특화한 AI 앱을 제작할 수 있다. AI 앱 장터인 ‘알리 LLM 앱 마켓’에서는 고객사 임직원들이 업무에 필요한 AI 앱을 골라서 쓸 수 있다. 자연어로 질문해도 AI가 다양한 형태의 문서에서 정확한 답변을 자동으로 찾아서 생성한다. AI를 통해 복잡한 문서를 일일이 찾아봐야 해결할 수 있는 업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사 솔루션 전반에 적용된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내부의 대규모 문서 및 데이터베이스(DB) 등과 연계함으로써 생성형 AI의 고질적 한계로 꼽히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극복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에도 맞서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고 봤다. 올거나이즈는 각 국가에 적합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세계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온프레미스(구축형) 형태로, 일본 시장에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올거나이즈 솔루션의 성능이 경쟁사 대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오랫동안 자연어 기반의 인지 검색 솔루션인 ‘알리 엔서’를 운영한 역량이 있기에 RAG 기술도 차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JAL·ANA·NTT도코모 등도 고객사
올거나이즈의 고객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임직원이 500명 이상인 기업과 기관 고객만 390개 이상 확보했다. 2023년 8월에 200개 정도였던 고객사가 1년 4개월만에 2배 가량 늘었다. 국내에서 현대카드,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래블러스, 오클라호마 주정부가 주요 고객이다.
일본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체 매출 중 60% 가량이 일본에서 나온다.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일본 시장에서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먹혀들고 있다. 특히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을 투자사이자 기업 고객으로 확보한 것도 고객사 확보에 보탬이 됐다. SMBC 계열사에도 올거나이즈 AI를 탑재했고 다른 금융사에서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며 성장 궤도에 올랐다. 일본 주요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도 고객사로 유치했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등 항공사, 노무라증권, 아사카은행, 다이와증권 등 금융사, 유통사 이온그룹, 화장품사 까오도 모두 올거나이즈를 통해 AI를 구축했다. 이 대표는 “일본에서는 임직원 한 명의 생산성을 향상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투자를 얼마든지 많이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AI를 활용한 업무 문화 확산에도 관심이 많아 AI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9개 노선을 운영하는 도쿄메트로도 주요 고객사다. 지난해 도쿄메트로는 올거나이즈를 통해 고객 문의에 대응하는 AI와 고객센터 임직원의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AI를 구축했다. 도쿄메트로가 도입한 AI는 고객 질문의 의도를 이해한 뒤 적절한 정보를 검색하고 답변을 자동 생성하는 식이다. 또 임직원은 AI를 활용해 고객에게 받은 문의의 내용을 파악하고 정보를 파악해 재빠르게 답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도쿄메트로는 올거나이즈를 통해 12개 언어를 할 수 있는 고객 상담 AI를 구축했다”며 “만족도가 높아 해당 서비스를 지하철에서 광고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우군도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투자사인 SK텔레콤(017670)과 지난해 초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손 쉽게 자사에 맞는 생성형 AI서비스를 제작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AI 마켓’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제조, 금융, 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1000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코오롱(002020)베니트와 지난달 손잡고 AI 기술과 LLM 앱 공급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닛테츠 솔루션즈, 히타치 솔루션즈 등과도 협업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거나이즈는 인재 영입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제이 차카로프 벨로스틱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미국 법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고 8월에는 이원강 전 엑스엘에이트 한국법인장을 부대표로 영입했다. 샌프란시스코 영사로 활동했던 이 부대표는 한국 기업간거래(B2B) 사업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수한 인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흑자전환 목표…누적 투자 468억원
올거나이즈는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금융투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거나이즈의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3500만 달러(약 468억 원) 수준이다. 시리즈B까지 마무리했다. 2018년 일본 글로벌브레인 등이 160만 달러를 초기(시드) 투자했다. 2019년 스파크랩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등이 올거나이즈에 34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1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일본 SMBC와 기존 투자자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2023년 11월에는 인터베스트, 뮤렉스 파트너스, SK텔레콤, KB인베스트먼트, LG(003550)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이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올거나이즈는 올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9월 결산 기업인 올거나이즈는 지난해 매출 70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매출 170억 원, 내년은 280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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