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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대신 투자로 효과 극대화…기업당 수조원 자금 융통 가능

■산은, 첨단산업에 수십兆 지원

SPC 설립해 'PF 방식' 지원 검토

직접투자땐 여신한도 규제 벗어나

정부, 보증채권 발행해 재원 조달

2차전지·바이오 등 전략산업 육성





정부가 산업은행에 수십조 원 규모의 기금을 신설해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 지원 방안을 미리 마련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정책금융기관들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대출이 아닌 투자 방식으로 지원 방식을 바꾼 것은 그만큼 확실한 지원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원금과 이자로 구성되는 데다 상환 부담까지 있는 대출 방식으로는 트럼프발 국내 첨단산업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산업 경쟁력 부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간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22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일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을 통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설비 투자가 필요한 기업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면 산은이 여기에 지분 투자를 하는 형태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업당 수조 원 규모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지원 대상은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로봇·방산 등 첨단전략산업 업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반도체 팹 한 곳을 세우는 데만 30조 원 넘게 들어가는데 은행 몇 곳에서 대출을 받는 식으로는 비용을 충당하기 힘들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산업 지형 자체가 뒤틀릴 수 있는 만큼 반도체뿐만 아니라 주력 산업 전반에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투자 방식을 통해 대출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산은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저리 대출 프로그램의 집행 실적은 지난해 10월 기준 8248억 원에 그쳤다. 이 프로그램은 반도체 설비 투자에 드는 조 원 단위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은이 민간 은행보다는 낮은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지만 이자비용이 적잖게 들다보니 자금을 찾는 수요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산은이 올해 출자를 받아 지난해보다 더 낮은 금리로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출 계획을 갖고 있지만 트럼프 출범 이후 산업 경쟁력 부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많다”면서 “저리 대출 부분이 상당히 도움이 되지만 대출만 가지고는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느냐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대신 직접 투자를 하면 산은이 ‘동일 차주 여신 한도’ 규제에서 벗어나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동일 차주 여신 한도는 한 은행이 특정 그룹 계열사에 내줄 수 있는 전체 대출 규모를 정해놓은 규제다. 정부가 대출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총액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반면 직접 투자는 여신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금을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재원도 금융비용이 산업금융채 보다 적게 드는 정부보증채로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산은으로서도 별도 기금을 조성하면 건전성 규제에 구속받지 않고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산은이 자체 계정으로 직접 투자를 하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산정할 때 투자금의 400%를 위험가중자산으로 인식해야 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별도 기금을 통해 투자를 하면 해당 투자금은 산은의 BIS 비율 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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