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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 "캐즘 탓 그만…R&D로 구조 개선해야”

車배터리 혹한기 예상보다 길어지자

미드니켈 등 제품다변화·원가절감 강조

엘앤에프는 내년 LFP 양산에 만전

“전기차 의무화 철회” 트럼프 리스크 현실화에

값싼 소재로 수요 부진 장기화 타개

에코프로비엠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에코프로비엠




이동채 에코프로(086520) 창업주가 더 이상 실적 부진의 원인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돌리지 말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빠르게 흑자 구조를 확립할 것을 당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동안 예견됐던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발빠른 위기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2차전지 소재 업계는 미드니켈·리튬인산철(LFP) 소재 생산에 서둘러 하이니켈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이 창업주는 이달 중 열린 그룹 내부 경영전략회의에서 “언제까지 사업 부진의 원인을 캐즘 탓으로 돌릴 것이냐”고 반문하며 서둘러 흑자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내세운 해법은 R&D 투자 강화와 원가 절감이다. 이와 관련해 에코프로는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차세대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만큼은 예년 대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R&D 강화는 하이니켈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양극소재 생산 계열사 에코프로비엠(247540)이 힘주는 소재는 미드니켈이다. 현재 니켈 비중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시장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데 이어 니켈 함량을 60~65% 수준으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을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미 다수의 고객사와 미드니켈 양극재 협업을 논의 중이다.





소재 다변화는 다른 경쟁사의 과제이기도 하다. 엘앤에프(066970)는 올해 경영 과제 중 하나로 LFP 양극재 양산 준비를 내걸었다.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 본격 양산에 나설 방침이다. 최수안 대표는 “2025년은 마지막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 회사가 위기를 넘어 성장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올 한해 준비를 마쳐 2026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하이니켈 양극재를 양산해온 엘앤에프는 LFP 등 제품 다변화를 통해 고객사를 확대하며 시장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배터리 소재 업계의 경영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고 밝히며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확산 속도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값싼 전기차 모델 중심의 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 보다 저렴한 2차전지 소재 생산에 힘쓰겠다는 게 국내 소재 업계의 방침이다.

지난해 적자의 쓴맛을 본 소재 업체로서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올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영업손실 5102억 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적자폭이 전년(2223억 원)에 비해 크게 확대된 것이다. 교보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로 201억 원을 제시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실적 부진 탈출이 이르면 2분기부터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부터 에코프로비엠이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최근 내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배터리 업체의 대규모 투자는 되돌리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진행됐다”며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성장 속도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정도이지 구조적인 성장 구도를 깨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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