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의 강인함을 압니다. 스스로 이 선택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지, 가슴이 너무 먹먹합니다.”
1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창원컨벤션센터 경비노동자 김호동씨의 딸은 이렇게 말했다. 22일 아버지에게 다시 3개월 고용 계약을 제안한 용역업체 에스더블유엠 회사 앞에서 정의당과 기자회견을 열고 “당연히 1년 계약을 맺을 줄 알았다”며 “아버지에게 이번 일(3개월 계약)은 모든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고 어려운 형편에 일자리를 잃는다는 불안감에 갇히게 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7년을 일했는데, ‘온전한 7년’이 아니다. 첫해는 1년씩 두 차례 고용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3개월, 3개월, 6개월씩 계약 기간이 짧아졌다.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파트 경비원들을 만든 ‘쪼개기 계약’이다. 비정규직에게 이 계약 형태는 언제든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참아내야 하는 무력감이 된다. 김씨가 가족을 떠나기 전 마지막 계약도 다시 3개월짜리였다.
하지만 김씨의 ‘결정’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하는 동시에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게 문제다. 창원센터는 경상남도 출연기관이 경남관광재단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다시 에스더블유엠이 김씨의 사용자가 됐다. 회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김씨의 고용계약은 쪼개기 형태로 누더기가 된 셈이다. 김씨의 딸과 정의당은 김씨의 직·간접 고용관계에 있는 경남도, 재단, 센터, 에스더블유엠을 찾았지만 ‘빈 손’이다. 김씨의 딸은 “경남도, 재단, 용역업체 모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최소한 도리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엄정애 정의당 부대표는 “고용승계 거부와 3개월 쪼개기 계약 강요가 김씨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장한돌 노무사는 “노동자는 3개월마다 자신이 계약 만료란 실질적인 해고에 준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고 지적했다. 하은성 노무사도 “전국에 존재하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 아래 공공부문 해고 하청노동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황이 입법을 통해 바뀔지 주목된다. 그동안 기업이 용역업체를 바꿀 때 기존 노동자의 고용을 어느 수준으로 보호할지 난제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기존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는 방향의 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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