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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만에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 10분만에 파행 “출석 주식·주주 수 확정 안돼” [시그널]

중복 위임장 확인 다섯시간째 지속

중복 제외 출석 주식수 공표 안하고

주총 개최하려다 주주 반대 부딪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고려아연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결정될 임시주주총회가 중복 위임장 확인 작업으로 4시간 50분 지연 끝에 개최됐다. 그러나 참석 주주와 주식 수를 공표하지 않고 개최하면서 주주들의 절차적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개최 10분 만에 임시 중단됐다.

2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애초 9시에 개최되기로 했지만 중복 위임장 확인 작업이 이어지며 4시간 50여분이 지난 이날 오후 1시50분에 개최됐다.

고려아연 측은 예상보다 중복 위임장 확인 작업이 지연된다며 개최 시간을 연거푸 연기했다. 오전 9시께는 관련 작업이 1시간여 소요돼 10시에 개최한다고 했다.그러나 이후 중복 위임장 주주와 일일이 연락을 하는 통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며 30분에서 1시간 단위로 임시주총 개최 시한 연기 소식을 전했다.



그러다 오후 1시45분께 고려아연은 “중복 위임장 확인 작업은 완료됐다”며 “중복되는 주주와 주식을 제외하고 참석 주주와 주식수를 확정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으로, 우선 임시주총을 연 후 표결에 앞서 정확한 숫자를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오후 1시50분 임시주총 의장인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개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의결권을 위임받은 변호사와 주주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주총은 임시 중단됐다. 의결권 위임을 받은 배용만 변호사는 “모든 주주총회는 출석 주식수 발표가 있어야 개최될 수 있다”며 “출석 주식수를 밝히지 않으면 공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고의로 고려아연이 출석 주식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질문도 계속됐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세 시간 전부터 중복 위임장으로 문제가 된 4750주가 문제가 된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 알고 싶은 건 해당 주식을 뺀 나머지가 몇 주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거를 왜 내려가서 확인해야 하느냐, 여기 숫자가 있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주주들의 항의가 지속되자 고려아연 측은 정확한 참석 주주와 주식수를 파악하겠다며 주총을 임시 중단했다. 주총 파행은 예견된 상황이기도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전날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영풍의 의결권 무력화를 시도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법리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총 의장이 의결권 제한을 선언하면 영풍·MBK가 이에 반발하면서 주총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편 이날 임시주총이 열리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 로비는 오전 8시부터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조끼를 입고 띠를 두른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입구 앞에서 '투기자본 MBK', '집중투표제 도입', '국가핵심기술을 지키자' 등 문구가 써진 피켓을 들고 있기도 했다. 이번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도 주총 예정 시각 오전 9시 전 주총장 한가운데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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