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과 46일 만에 대면했다. 윤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이 나올 경우 호응하는 몸짓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진한 회색 양복에 검은색 목폴라 티셔츠를 입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심판정에 입장한 김 전 장관을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증인 선서를 하는 과정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봤다.
김 전 장관의 목소리에는 당당함이 배어 있었다. 손에 펜을 든 채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 배경 등을 묻는 말에 ‘대통령의 계엄은 정당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 전 장관은 증언하면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답변을 위한 생각을 정리할 때는 정면을 잠깐 응시하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을 직접 보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자신에게 유리한 답변을 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 입법 기구 쪽지를 전달한 것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자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증언 중 종종 옆에 자리한 변호인에게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국회 측을 당혹스럽게 한 장면도 연출됐다.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 측 주신문 종료 후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 측 반대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다소 의아해하며 “그럴 경우 판사들은 증언의 신빙성을 낮게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신문하는 장면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장관님이 보시기에 국회의원 본관 건물 마당에 특전사 요원이 있었나, 아니면 건물 안에 모두 다 들어갔나”라고 김 전 장관에게 물었다. 김 전 장관이 “280명은 복도 곳곳에 있었다”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한 듯 정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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