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정국에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주저앉으면서 작년 한국 경제가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연 데다 건설 경기 부진과 수출 둔화가 가속화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1%대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속보치) 성장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한은의 당초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정치 불확실성 확대 △소비심리 위축 △건설 수주·착공 부진 등이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0.2% 증가하는 데 그쳤고 건설투자는 3.2% 감소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요에 1.6% 성장했다. 수출 역시 정보기술(IT) 제품을 중심으로 0.3% 증가했다.
4분기 성장이 고꾸라지면서 지난해 전체 성장률도 한은의 예상치(2.2%)보다 낮은 2%를 기록했다. 건설업(-2.6%)과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1.4%) 등 내수 업종의 생산 감소가 뚜렷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이어진 데다 환율이 불안하니 한은에서 금리 인하를 빠르게 하기 어려웠다”며 “수출 둔화세가 나타난 데다 정치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성장률이 기대보다 낮게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치 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건설 경기 부진 심화는 올해 1분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의 신정부 정책, 추가경정예산 논의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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