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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무역조사' 두달 남았는데…산업부가 안보인다

트 트럼프 첫날 '美우선주의' 재천명

한미FTA도 재협상 가능성 있는데

'산업·통상 주무' 산업부 존재감 없고

민관 원팀·산업별 대응책도 '부실'

통상 컨트롤타워 재구축 필요성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미 신정부 출범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원전을 빼면 사실상 산업 정책이라는 게 없고 통상 정책도 소극적입니다.”(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산업·통상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대규모 무역적자국인 한국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고 환율과 무역 부문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산업부는 대미 아웃리치 강화와 민관 회의 같은 뜬구름 잡기식 대책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탄핵 정국이라는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산업부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업부 내 통상교섭본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산업과 통상 분야의 컨트롤타워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산업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을 국익에 맞게 재검토해 4월 1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1차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한미 FTA도 사정권에 들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마이클 비먼 전 USTR 대표보는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무역적자를 줄이고 없애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서는) 그들만의 계획이 있을 것이다. 정부 조달을 협정에서 제외하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산업부의 대응 방식과 역량이다. 산업부를 이끄는 안덕근 장관은 21일 관계부처와 경제 단체, 주요 업종별 협회, 연구기관들을 불러 모아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산업부는 22일 업종별 미국 수입 규제 제도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에는 ‘자동차 민관 대미 협력 태스크포스(TF) 회의’도 개최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에 맞설 수 있는 제대로 된 신산업 정책을 내놓거나 전략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업계의 의견을 듣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직 통상교섭본부 출신의 고위 관계자는 “산업부는 산업과 통상의 주무부처로 큰 방향이나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통상교섭본부를 완전히 산업부 아래로 편입하거나 업종 부서와 합치는 방향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부는 산업·통상 분야에서 주요 국면마다 복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산업부는 올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무역·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하던 ‘신산업 정책’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뺐다. 지난해 내놓은 ‘신통상 로드맵 2.0’도 기존 대책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결국 가입 신청 시점을 놓쳐 공급망 확보의 지름길을 잃게 됐다.

수출 비상 대책도 늦은 감이 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부터 둔화됐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예고됐지만 정부는 다음 달에야 비상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수출이 이미 뒷걸음질 친 다음에 나오는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부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민관 원팀 대응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자동차용 강판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고 현대차는 미국에 수출하던 전기차 ‘아이오닉5’를 모두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두 기업의 투자 계획이 한국 정부의 안과 함께 거래의 카드로 제시됐다면 국익 차원에서는 더 좋았을 것”이라며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생사가 걸려 있는 한국 기업들이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별 대응 방안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취임 이후 글로벌 산업 재편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내놓은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는 구조조정이 아닌 자율적 사업 재편 유도 방안만 언급됐다. 우석진 교수는 “산업부에서 통상을 분리해 기재부와 통상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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