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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반덤핑 관세 변수까지…더 꼬이는 '후판 협상'

철강 "유통가격 올라 인상 불가피"

조선 "중국산과 격차 커 내려야"

입장차 못좁혀…5개월째 제자리

중국산 관세 부과땐 철강사 유리

조선소향 후판이 쌓여있다. 서울경제DB






조선·철강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이 해를 넘겼음에도 기약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철강사들은 유통 제품에 이어 조선소향 후판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을 대안으로 국산도 추가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AD)가 부과되면 철강사들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예비 조사 결과까지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들과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2024년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은 해를 넘겼음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추가적인 변수들로 인해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1월 철강사들이 고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을 이유로 시중 유통향 후판 가격을 톤 당 약 3만 원 인상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철강사들은 조선사와 협상에서도 후판 가격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에 공급되는 후판 가격은 2022년 상반기 톤 당 120만 원 대에 육박했지만 2023년에는 100만 원 대로 하락한 뒤 지난해에는 90만 원 대까지 낮아졌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과거 조선업계가 불황일 때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협상에서 양보했던 만큼 이번에는 힘든 철강사들을 위해 조선사들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HD현대조선해양의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조선업계는 저렴한 중국산 후판이 대안으로 있어 국내산 후판 가격도 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37만 9000톤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중국산 후판은 국내산보다 톤 당 최대 20만 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중국산 후판의 품질은 국산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국산 후판 가격을 중국산 수준으로 맞춰 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후판은 두께 6㎜의 철판으로 선박 건조 원가의 약 20%, 철강사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후판이 두 업계의 실적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인 만큼 양측은 협상 결과에 따라 한 해 농사가 달린 것이다. 후판 협상은 통상적으로 1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특히 이번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의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AD) 조사도 요인으로 꼽힌다. 조사 결과에 따라 협상에서 양측의 유불리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진행 결과를 지켜보며 협상을 미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22일 “후판 반덤핑 제소와 관련된 예비 판정이 빠르면 올해 2월 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예비 조사에서 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 피해가 긍정적으로 판정될 경우 조사 완료 전에도 수입 물량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부정 판정이 나올 경우 조선업계는 국산과 중국산 제품의 가격차를 근거로 협상에서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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