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장기화에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1분기 BSI는 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61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였던 2020년 3분기(5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경기전망지수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며 100 이하는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사를 12·3 비상계엄을 전후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계엄 전인 1차 때만 해도 1분기 지수 전망치는 72이었는데 2차 조사(6~15일) 결과 앞선 시기보다 11포인트 더 떨어진 61을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정국 불안과 강달러, 도널드 트럼프 정책 기조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가 기업 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한은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조사도 큰 틀의 결과는 비슷하다. 이달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한 85.9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CBSI의 경우 지난해 10월 92.5에서 11월 91.8로 내려간 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가 컸던 12월에 87.3으로 급락했다. 올 들어 1월까지 석 달 연속 하락이다.
업종별로 보면 1월 제조업 CBSI는 89.0으로 전월보다 1.9포인트 올랐다. 제품 재고(1.7포인트)와 업황(0.2포인트) 등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비제조업 CBSI는 채산성(-1.9포인트), 매출(-1.1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3.9포인트 하락한 83.6을 기록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심리가 엇갈렸다. 제조업 중 대기업의 CBSI는 92.3으로 전월 대비 4포인트 올랐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전월 대비 0.4포인트 낮은 85.3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기업들은 또 경영 애로 사항으로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꼽았다. 제조업의 경우 환율을, 비제조업의 경우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을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답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체감경기 악화가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게 정부의 정책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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