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비만 치료제 대표 종목인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를 절반 이상 편입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비만 치료제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부진한 성과를 보이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부 종목은 순자산 총액이 상장폐지 기준인 50억 원에 근접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면서도 특정 종목에 지나치게 편중된 포트폴리오 투자는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23일 ETF체크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ETF 삼총사로 불리는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와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 ETF는 최근 6개월 새 -19~-14%대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상장 초반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흥행 가도를 달렸지만 이후 상승 폭을 반납하고 일부 ETF는 상장 당일 시초가를 밑돌고 있다. 특히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의 순자산 총액은 57억 원으로 상장폐지 기준인 50억 원을 목전에 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ETF 설정 후 1년 후부터 1개월 이상 50억 원 미만 ETF는 상장폐지 대상이다.
비만 치료제 ETF들은 지난해 2월 일제히 상장하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세부 편입 종목은 차이가 있지만 시장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비중을 50% 이상 담으며 집중 투자에 나섰고 상장 한 달 만에 1700억 원 이상 자금을 빨아들이며 몸집을 불렸다.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급기야 거래소가 1~2개 종목 비중을 절반 이상 가져가는 테마형 상품 출시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비만 치료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대표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자 주가가 고꾸라졌고 이들 비중을 높이 가져간 ETF 수익률도 동시에 하락했다. 이달 22일 기준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지난해 고점 대비 45% 이상, 일라이릴리는 20% 이상 내렸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와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에 대한 수요 감소로 지난해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보다 4억 달러 낮은 135억 달러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은 자명하다면서도 대표 종목들의 변동성은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신지훈 LS증권 연구원은 “GLP-1 기반 약물은 비만 치료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비만 외 적응증으로의 확장을 통해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양한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효력과 부작용 측면에서 경쟁이 지속되고 시장 포지셔닝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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