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비용항공사(LCC)의 운항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안전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CC가 비용 절감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항공 안전 관련 투자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국내 9개 LCC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LCC 항공안전 특별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항공기 참사를 계기로 LCC 안전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회의에는 제주항공은 물론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국내 9곳의 항공사가 모두 참석했다.
국토부는 LCC 안전 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항공기 운항과 정비 인력에 대한 현행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해당 기준들이 적절한지 검토한 뒤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비사 인력 기준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정비사 경력 2년 이상이면 ‘숙련된 정비사’로 보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해당 기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해왔다.
LCC의 신규 항공기 도입과 신규 노선 취항시 검증 기준도 보다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운항을 중단하는 ‘운항증명 정지’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운항증명이 정지되면 상업운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항공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또 국토부는 안전에 충분히 투자할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해 항공사 지배구조까지 관리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LCC가 수익 추구에만 급급하고 근본적인 안전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항공 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안전을 무시하는 항공사는 국민의 외면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도 LCC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불식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자체적인 안전 관리 개선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하루 평균 가동 시간을 14시간에서 12.8시간으로 9%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행 309명인 정비인력도 연말까지 350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항공사들도 비상 상황에 대한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안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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