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업권별 금융협회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의 주요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매물 노출 기회를 늘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더 신속하게 얻을 수 있게 해 둔화하고 있는 부실 사업장 정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금융감독원은 23일 매각 추진 부동산 PF 사업장 현황 리스트(공개대상 사업장 전수)를 제공하는 ‘정보공개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정보공개 플랫폼은 9개 업권별 금융협회 홈페이지에 매각 사업장의 주요 정보를 공시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사업장 소재지와 상세주소, 면적, 용도지역 등 ‘일반정보'와 감정가액, 경·공매 진행경과, 인허가 여부 등 ‘세부정보’, 신탁사, 대리금융기관 담당자 연락처 등 ‘연락정보’가 실린다. 잠재 매수자가 사업장 소재지, 사업용도, 면적 등 원하는 조건에 맞춰 매각 대상 사업장을 검색하고 상세 정보가 필요한 경우 공개된 신탁사와 대리금융기관에 연락해 추가 상담을 진행하면 된다. 정보는 매달 업데이트되며 우선 3조 1000억 원 규모의 195개 사업장이 22일 공개됐다.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경·공매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장은 제외됐다.
금융 당국이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은 현행 시스템(캠코 온비드)으로는 잠재 매수자가 매각 대상인 PF 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 사업장 정리 속도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경·공매 대상 사업장 전체 익스포저는 12조 5000만 원이며 지난해 말까지 4조 3000억 원이 정리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기준 목표치의 81.4% 수준인 3조 5000억 원이 정리되는 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까지 추가 정리된 규모를 반영하면 4조 원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미미하게나마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가 있어 매각하는 측에서 소극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정보공개 플랫폼을 통해 PF사업장이 원활히 정리될 경우 금융사들이 제출한 계획대로 올 3월 말까지 7조 4000억 원(누적기준) 규모의 부실 사업장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과 각 금융협회는 이날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전 금융권 PF사업장 합동 매각설명회’를 개최했다. 각 협회 담당자들은 ‘정보공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주요 PF사업장 현황 정보를 시행사·시공사 등 잠재 매수자에게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잠재 매수자가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신디케이트론 지원요건 등을 안내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매각 물건에 관심이 있는 시공능력 100위 이내 중견 건설사 26개 및 다수의 시행사 등을 포함해 약 200여 명의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가 참여했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물건에 대해서는 개별 상담부스에서 협회 및 금융회사 관계자로부터 사업장 최신 공정률, 신용보강 현황 등 추가 정보를 제공받았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추가 매각설명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향후 PF정리 실적이 미진한 금융회사에 대해 건전성 제고를 위한 충당금 추가적립 등을 지도하고 경·공매 이행 절차 적정성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매도자와 매수자(를 긴밀히 연결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함으로써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적정 조건에 매매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하고 매각 사업장의 사업 추진도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