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가전 등 전략 제품군의 생산지 변화를 검토한다. 미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의 칼날이 LG전자의 주요 생산 기지가 위치한 곳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제2의 세이프가드’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23일 진행한 2024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선 기간 공유된 정책 방향성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무역 적자국인 멕시코·베트남·한국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 국가는 LG전자의 생산 기지가 위치한 지역”이라며 “미국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등의 조치까지 취해진다면 관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관세 인상 수준이 근본적인 공급망 구조 변화를 필요로 한다면 미국 내 생산 시설의 운영 노하우 등을 활용해 생산지 이전과 기존 생산지별 캐파(생산 능력) 조정 등 적극적인 전략 변화까지도 고려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 25%의 관세를 다음 달부터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8월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연간 120만 대 규모의 세탁기 공장을 착공해 2019년부터 현지 생산을 늘린 바 있다.
지난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던 물류비는 하반기 들어 진정될 것으로 봤다. LG전자는 물류비 증가와 경쟁 심화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35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6.7% 줄었다.
김이권 LG전자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올해 글로벌 선복 수요 증가율은 2.8%, 공급은 5.4%가 예상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해상 운임 추가 인하가 예상되고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반영해 해상운임 비딩 시 반기 계약 위주로 진행했고 하반기 추가 비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캐시카우인 가전사업은 상저하고를 전망했다. 지난해 H&A사업본부는 매출액 33조 2033억 원, 영업이익 2조 446억 원을 기록했다. 물류비 증가 영향에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 3년 만의 2조 원 영업이익 회복을 달성했는데 올해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연간 글로벌 가전 시장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상반기 대비 하반기 가전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사업 성장 동력으로 삼은 기업간거래(B2B) 신사업을 중심으로 중장기 수요 개선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구독과 웹OS 기반 콘텐츠 등 유니콘 사업(연 매출 1조 원 이상)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 가전 구독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75% 늘어난 2조 원대를 기록했고 웹OS 기반의 광고 콘텐츠 사업도 지난해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도 공략 속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대형 디벨로퍼와 주거·사무실 수주를 많이 했고 시스템 에어컨 사업이 고성장해 10% 가까운 매출 성장을 거뒀다”며 “올해도 인도 가전시장에서 점유율을 성장시키고 구독 사업 진출을 통해 현지 소비자 생활 속에 스며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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