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 팬들에게 노팅엄 포리스트는 K리그 최고 스타 제시 린가드(FC서울)와 국가대표 출신 황의조의 전 소속팀 정도로만 알려졌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4년 만의 승격으로 2022~2023 시즌에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합류했고 승격 시즌 성적은 20팀 중 16위였다. 2023~2024 시즌은 더 떨어진 17위로 강등권(18~20위) 바로 위였다.
그랬던 노팅엄이 2024~2025 시즌 무려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23일(한국 시간) 현재 승점 44(13승 5무 4패)로 리버풀(승점 50), 아스널(44)에 이은 3위다. 아스널과 승점은 같고 골득실에서만 뒤진다. 시즌 일정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도 ‘제자리’를 찾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노팅엄을 두고 이러다 2015~2016 시즌 우승한 레스터시티처럼 ‘동화’를 쓰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베팅 사이트 ESPN BET이 개막에 앞서 집계한 노팅엄의 우승 확률은 0.1%였고 통계전문 옵타가 본 우승 확률은 아예 0%였다.
기적을 노래하는 노팅엄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센터백 듀오를 중심으로 한 단단한 수비다. 무릴루(브라질)와 니콜라 밀렌코비치(세르비아)가 버티는 노팅엄 수비는 22경기 22실점으로 최소 실점 3위를 자랑한다. 참고로 토트넘은 35실점 중이다. 노팅엄 전설 스티브 호지는 “노팅엄을 50년간 봐오면서 무릴루와 밀렌코비치처럼 잘 맞는 수비 조합을 본 적이 없다”며 “장신이면서도 굼뜨지 않은 밀렌코비치와 힘이 넘치고 저돌적인 무릴루는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한다. 압박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성격은 닮았다”고 말했다. 무릴루는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노팅엄과 새로운 4년 계약에 사인했다.
주포는 191㎝ 장신 공격수 크리스 우드(뉴질랜드)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한국 골망에 결승골을 꽂았던 그 선수다. 노팅엄이 잉글랜드에서 벌써 12번째 팀일 만큼 이적이 일상인 저니맨이었다. 34세의 우드는 지난 시즌 14골로 감을 잡더니 올 시즌은 중반인데 벌써 14골(득점 공동 4위)이다. 노팅엄의 이번 시즌 팀 기대득점(xG·Expected Goals)은 15골. 실제로는 두 배가 넘는 33골을 넣고 있다. 우드는 감독을 비롯해 윙어 등 팀 전체에 공을 돌리고 감독은 우드와 골키퍼 마츠 셀스(벨기에) 등 선수들을 칭찬한다.
승격한 지 얼마 안 된 팀의 특성상 노팅엄의 선수 구성은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 몇 년간 폭풍 같은 영입으로 구멍난 곳을 땜질했다. 이적생들의 출신이 너무 다양해서 자칫 모래알 조직력으로 후진할 위험도 있었지만 ‘이 팀이 마지막’이라는 선수들의 각오가 모아져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거듭났다.
관련기사
자연스럽게 누누 산투(포르투갈) 감독의 지도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그 자신도 토트넘에서 넉 달 만에 경질되는 등 부침이 만만찮았던 지도자다. 토트넘에서 나와 사우디아라비아 알이티하드 지휘봉을 잡았던 산투 감독은 2023~2024 시즌 중 노팅엄에 부임해 팀 체질을 바꿔 놓았다. 그의 기조는 ‘튼튼한 수비가 강팀을 만든다’는 것. 믿음직한 센터백 듀오로 강팀으로의 토대를 다진 산투 감독은 풀백들에게 전광석화 같은 역습 패턴을 훈련시켰다. 지금의 노팅엄은 수비의 팀이면서 동시에 전환과 역습의 팀이다. 수비 지역에서 최전방까지 넘어가는 데 단 몇 초면 충분하다.
2명의 센터백 앞쪽에 5명의 미드필더가 지원하는 형태로 광범위하게 상대를 압박해 역습에 나서는 식이다. 또 하나의 빌드업 전술은 백스리(수비 셋)에 더블 피벗(2명의 미드필더)을 둬 수비 안정감을 확보한 채 공격 전개를 꾀하는 것이다.
수비 때는 3-4-3을 기본으로 하되 맨 앞은 트라이앵글 형태다. 상대 전진 패스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아스널이 잘 쓰는 전술이다. 상대가 좀 더 올라오면 4-4-2로 빠르게 전환한다. 볼을 뺏기면 동시에 5명이 달라붙어 소유권을 찾아오는 모습도 흔히 보이는데 이는 게겐프레싱(최전방부터 압박)을 떠오르게 한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리버풀을 이끌던 시절 상대를 질식시키던 수법이다.
산투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축구팀은 견고하고 촘촘하며 협력이 잘 되는 팀이다. 지금의 노팅엄이 바로 그런 팀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성적이 따르니 사람도 몰린다. 3만 석 조금 넘는 규모인 홈구장 시티 그라운드는 이번 시즌 평균 관중이 2만 9000명 이상이다. 1981년 이후 첫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바라보는 가운데 실제로 챔스에 간다면 4만 5000석 규모로 홈 구장을 확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