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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다시 돌아왔으면" 천장도 없는 장터서 고군분투

[설대목 앞둔 폭설피해 전통시장들]

안양농수산시장·의왕 도깨비시장 복구중

건물 철거작업 마무리·천장 없이 영업중

"대목이라 손님 늘었어도 매출 크게 줄어"

치솟는 물가에 차례상 생략·간소화 급증

미세먼지 공습도 전통시장 기피 부추겨

24일 오후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 임시 판매장에서 고객들이 채소와 과일을 사고 있다. 채민석 기자




설 명절을 앞둔 24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지난해 말 이곳을 할퀴고 지나간 폭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익숙하게 손님들을 반기던 건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치 임시 아이스링크처럼 대형 천막으로 된 임시 판매점 안으로 상인들이 연신 채소와 과일을 실은 손수레를 날랐다.

이곳에서 과일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 A 씨는 아직도 지난해 11월 28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A 씨는 “안 그래도 불경기로 장사도 안 되는데, 일하던 터전까지 무너지니 마음을 다잡기 어렵다”며 “설 대목이라고 손님이 연말에 비해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매출은 재작년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양시는 현재 폭설로 피해를 본 상인들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무너진 건물 철거를 마무리하는 한편 시장 현대화 등 다양한 복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폭설로 피해를 당한 경기 의왕시 부곡 도깨비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도깨비시장 상인들을 햇빛으로부터 보호해주던 천장은 사라지고 상점 사이로는 하늘이 훤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도깨비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B 씨는 “그동안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그 말이 나오고 말았다. 정말 장사가 안 된다”며 “판매도 저조한 데다 터전까지 무너졌으니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의왕시는 현재 시장재난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시장 복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통시장이 설 ‘대목’을 앞두고도 웃지 못하고 있는 더 큰 이유는 역시 불경기다. 비상계엄의 여파로 내수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진 가운데 이상기후로 인해 주요 성수품 가격까지 급등하며 그야말로 이중고가 닥쳤다. 어려운 사정에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가정들도 늘면서 시장을 찾는 발걸음 역시 뜸해지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비용(정부 할인 지원 미반영)은 전통시장 30만 2500원, 대형마트 40만 951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전통시장은 6.7%, 대형마트는 7.2% 각각 상승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치다.

24일 오후 경기 의왕 도깨비시장에 시장 정상화를 약속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채민석 기자


치솟는 물가에 차례를 아예 지내지 않거나 대폭 간소화하는 경우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농촌진흥원의 ‘2025년 설 명절 농식품 소비 행태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설에 차례용 농산물 구매량을 줄이겠다는 응답자는 40%에 달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김 모 씨는 “차리는 게 더 비싼 까닭에 올해 결혼 후 처음으로 설 연휴에 외식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주부 양 모(59)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갈비를 재워서 시댁에 내려갔지만 올해부터는 가격이 너무 올라 안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부곡 도깨비시장의 한 상인은 “최근에 잦아진 미세먼지 역시 설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라며 “설이 지나고 나면 아무쪼록 물가도 좀 더 안정화돼서 손님들이 시장을 더 많이 찾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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